#많은 환자가 치료의 ‘최후의 보루’로 장기 이식을 고려한다. 그러나 이식 후 암과 같은 뜻밖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살기 위해 기증자를 기다리는 환자는 매년 늘어 대기자만 약 3만8000여명에 달한다. 대기자는 늘고 있는데 기증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장기이식을 고대하는 환자들이 기증자를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 1700일이나 된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간이나 신장 등의 장기가 더 이상 정상기능을 할 수 없을 때 장기 이식술이 고려된다. 대개 장기간 신장투석을 받고 있거나 암 등의 발생으로 장기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진행된다.
생존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지만 이식 후에도 암 발생, 혈관 합병증, 호흡기계 합병증 등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이식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위험도를 고려해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기존에 암이 있던 사람이라면 이식을 할 수 없고, 완치가 되어도 암이 재발할 수 있는 기간에는 수술이 제외된다. 김동식 고려대 안암병원 장기이식 센터장(간담췌‧간이식외과 분과장)은 “여러 연구보고에 따르면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의 암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더 높은 거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피부암이 거론되나, 국내 환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위암, 폐암, 대장암 등의 발생률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양대학교가 간 이식 수혜자 9883명, 신장 이식 수혜자 1만 1562명를 대상으로 암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간 이식 수혜자에서는 총 213건이, 신장 이식 수혜자에서는 총 465건의 암 발생 건수가 확인됐다. 최지호 울산의대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신장, 심장 또는 췌장 이식을 시행 받은 환자 4444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34명에서 상피내암을 포함한 피부암이 발생했고 이식 후 5년 0.70%, 10년 1.60%, 15년에는 2.20%의 누적발생률이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그 이유는 이식 후 복용하는 면역억제제에 있다. 일반 사람에게서도 암세포는 발생하는데, 보통은 면역 세포들이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종양을 잡아먹기 때문에 암이 커지지 않고 사라진다”라며 “하지만 이식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 면역 세포의 순찰 기능이 떨어져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부작용 위험을 감내하고 이식을 결정한다. 생존율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말기 간경변증 환자를 예로 들었을 때, 그런 사람들의 5년 생존율은 20, 30% 정도다. 하지만 이식을 받으면 80, 90%로 늘어난다. 또 간경변증이 온 간암 환자가 이식을 받지 않고 5년간 생존할 가능성은 50%인데, 그 절반에 속할 확률도 그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식을 받았을 때 생존율,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게 될 치료비, 삶의 질 부분을 고려해서 베네핏(benefit)이 리스크(risk)를 상회하면 진행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회의 버든(burden)이던 사람이 프로덕티브(productive)한 멤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수술 타이밍 중요한데 기증자 줄어… 대기자 3만8000명
실제로 장기 이식을 받고자 등록한 대기자는 2019년 5월 31일 기준 3만8000여명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의 2018년도 장기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연보를 보면,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1711일로 나타났는데, 장기별로 보면, 췌도의 경우 2356일, 간장 2026일, 소장 2003일, 신장 1659일, 심장 1383일, 폐는 717일의 대기시간이 발생했다.
7년 이상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709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장기 기증자는 매년 줄고 있다. 뇌사 장기 기증은 2001년 52건에서 2016년 573건으로 늘어났다가 2017년부터 515건, 2018년 449건, 2019년 450건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이식도 2016년 2319건에서 2017년 1968건, 2018년 1748건으로 줄었다.
조직 기증도 2005년 49건에서 2016년 285건으로 늘어났다가 2017년 128건, 2018년 128건, 2019년 113건으로 줄었으며, 기증을 희망했다가 사망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식 후 부작용 위험을 줄이고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술 시점’을 너무 미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간 이식 대기자는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하는데, 그때 안 나타나면 돌아가신 거다. 오늘 상태가 좋다가 내일 중환자실 들어가는 분들도 많고, 갑자기 피를 토하는 분들도 많다”며 “기증자가 없어 기다리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장기 이식을 ‘최후의 보루’라고 인식하고 수술 결정 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식이 필요한 환자 중 장기 하나만 망가진 분은 적지 않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근육도 많이 없으면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 한국장기기증조직원, 인식 개선 위한 사업 진행
한국장기기증조직원(기증원)은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유가족의 예우를 강화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진행키로 했다. 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가 줄어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이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있고. 연명의료중단결정 제도 시행의 영향도 있다”면서 “기증원은 이식에 대한 인식 개선이 특히 필요하다고 보고, 유족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사업들을 계획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장기 기증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며, 유가족들에게 강사 자격을 부여하려고 한다”면서 “하반기가 되면 직접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증원은 기증자(유가족)-수혜자 간 편지 교류를 위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유가족 중에 이식인의 상태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교류하는 것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로 인해 그간 서로 접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외국 사례를 찾아보니 미국의 일부 기관에서는 편지 교류를 허용하고 있었다. 이에 기증원도 공식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 발생을 줄이면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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