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호반건설 등 주택사업 주력 비상장 건설사 다변화 ‘눈길’

반도·호반건설 등 주택사업 주력 비상장 건설사 다변화 ‘눈길’

기사승인 2020-02-07 04:00:00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반도건설과 호반건설 등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 건설사들이 최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면서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건설사들이 시행해왔던 택지지구 중심의 주택사업이 한계점에 달하고 있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라는 악재가 겹친 이유에서다. 반도건설은 최근 대한항공 지분을 매입하면서 자본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호반건설도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IPO(기업공개) 및 강남 재건축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중흥건설은 지난해 언론사(헤럴드경제)를 인수했고, 앞으로도 M&A(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 ‘흑기사’로 부상한 반도건설…자본시장 ‘뜨거운 감자’ 부상

수도권 등 택지지구에서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반도건설이 최근 자본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반도건설은 대한항공 지분을 출자(8.28%)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권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반도건설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PEF(사모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 잡고 전문경영인 체제 개편안을 요구했다, 이는 당초 대한항공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조원태 현 대한항공 회장과 대립각을 긋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며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퇴진을 사실상 요구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사실상 손해 볼 것 없는 대형 호재’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이번 경영권 분쟁 승패와 상관없이 대한항공의 주가가 크게 오른다면 전혀 손해볼 것이 없다”며 “또한 그동안 중견사로 분류되는 반도건설이 자본시장에서 이슈가 된다면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건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제 중견사의 지위가 아닌 대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애경과 같은 중견그룹사가 제주항공을 보유한 것을 보면 반도건설도 못할 건 없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도 이번 논란은 대한항공의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타 주주들이 나머지 34.6%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양측 모두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경쟁력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이나 3월 정기주총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의 행보에 대해 단순 시세차익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반도건설이 경영참가라는 입장을 공시로 밝힌 만큼 단기 차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국내 주택사업은 조금씩 한계에 봉착하고 있기에 사업 확대를 장기적인 플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호반건설, 전문경영인 개편으로 IPO 추진…중흥·서희건설도 사업 다각화 준비

지난해부터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들어가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호반건설이 올해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개편하면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12월 2일 그룹 총괄부회장에 최승남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각 계열사 대표는 업계 전문경영인들을 발탁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다가오는 기업공개(IPO)를 대비하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지속성장을 위해 각 계열사 대표에 업계에서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전면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미 호반건설은 몇해 전부터 상장을 위해 주관사까지 이미 선정한 상태다. 호반건설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이 담당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몇해 전 호반건설이 추진했던 대우건설 인수 당시에도 대표주관사 역할을 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박현주 회장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동향 출신으로 친분이 있는 관계도 작용하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처럼 현금 여력이 충분한 기업이 굳이 상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상장을 하게 되면 지배구조 개편 등에서 견제 받는게 많다”고 지적했다.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약 6260억원(2018년 말 기준)으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우미건설(3425억원), 중흥건설(1102억원), 반도건설(323억원) 보다 많다.

이 같은 논란에 호반건설 관계자는 “기업 규모(재계순위 44위)에 비해서 그룹 내 상장사가 하나도 없는 상태다”라며 “따라서 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표회사 호반건설을 상장시켜 외부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상태이기에 중견기업일 때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반건설은 과거 중견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호반건설은 지난 2016년부터 강남 재건축 시장 수주전에도 진출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해 호반건설은 서초구 방배 경남 아파트 수주에서도 참여해 GS건설과 경쟁했다.

레저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호반건설은 2018년에는 리솜 리조트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덕평CC, 서서울CC도 인수해 현재 국내 7곳, 해외 1곳의 리조트,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타 중견사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호남의 대표적인 중견사 중흥건설은 지난해 헤럴드경제를 인수했고, 향후 규모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주택사업’과 ‘교회와 병원 시공’ 등으로 몸집을 부풀린 서희건설도 최근 내외경제tv(NBN) 지분 7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건설업 외 방송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대북 호재로 여겨지는 ‘지뢰제거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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