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도마뱀 꼬리 자르기'. 권력자는 빠지고 힘없는 아랫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상황을 꼬집어 쓰는 말이다. 도마뱀은 적에게 잡히는 위기상황이 닥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다.
겉으로 보기엔 충격이 큰, 제 몸의 일부를 끊어내는 무시무시한 방법이지만, 도마뱀에겐 아주 효용성이 큰 전략이다. 도마뱀은 재생능력이 왕성해 꼬리를 잘라내도 금방 자랄뿐만 아니라 피도 거의 흐르지 않아 별다른 피해가 없어서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면죄부를 받은 책임자들을 비판하기에 적절한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금융업권에서 금감원을 두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전·현직 CEO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관리감독의 주체인 금감원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문제를 일으킨 금융사들만 엄하게 때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징계의 기준과 근거도 부실해 논란이 더해졌다.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높다.
이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DLF 사태는 비단 금융회사들의 잘못 만으로 터진 것이 아니었다.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됐음에도 금감원이 감독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충분히 문제가 일어날 만한 환경이 조성됐는데도 손을 놓고 있던 책임이 왜 없을까. '인력이 부족하며 구조가 복잡해 관리가 어렵다'는 항변은 적절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과할 만큼 무거운 제재를 받았다. DLF 사태와 관련돼 고용보험기금 대규모 손실을 낸 한국투자증권, 고용노동부도 감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책임을 지는 과정을 밟는데, 오롯이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만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꼬리 말고 '도마뱀'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직원을 금감원에 파견, DLF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DLF 사태에 대해 금감원의 감독 소홀 책임, 최종 징계 처분의 적절성 등을 살필 전망이다. 감사 착수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청구에 따른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외부 감사마저 없다면 금감원의 잘못은 슬그머니 묻혔을 테다. 감사원에 엄중하고 철저한 감사를 바란다. 금감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고, 향후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만들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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