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령화 시대일수록 왕진은 더 필요하다”

[르포] “고령화 시대일수록 왕진은 더 필요하다”

장현재 파티마의원장 “의료 문화도 바뀌어야”

기사승인 2020-02-11 02: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고령화 시대에 왕진은 꼭 필요하다. 의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의사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의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왕진 시범사업을 시작, 현재 총 348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 중이다.

지난 4일 기자는 장 원장의 왕진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의원과 재가복지센터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시범사업 시행 이전부터 센터가 관리하는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진료를 실시해왔다. 꾸준히 왕진을 실시한 결과, 장 원장은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만나 왕진 사업의 제도화를 적극 설득하기도 했다.

왕진은 환자의 요청이 있을 때 이뤄지기 때문에 동행 일정을 잡기 어려웠다. 이날 동행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오늘 왕진 예약 잡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파티마의원으로 이동했다. 왕진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각각 1명과 한 팀을 이뤄 진행됐다. 

이날 방문한 가구에는 거동이 불편한 90세 남성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치매와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병상에 누운 채로 장 원장을 반기는 환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곧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자세를 바꿔 진료받기 쉽게 만들었다. 장 원장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생각보다 건강하며 괜찮다. 잘 하고 계시다”고 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건네는 살가운 말 한마디의 힘은 퍽 크다. 환자가 의사의 말 몇마디에 울고 웃는 탓이다.  

보호자는 환자를 매일 병원에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때문에 매일 오전 확인한 혈당 수치를 인근 대학병원에 제출해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최근에 6개월치의 당뇨약을 처방받았다고 했다. 장 원장은 “당뇨는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만성질환이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6개월에 한 번 오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답답해했다. 그러자 보호자가 “(병원이) 돌아가실 것을 예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꾸했다. 

장 원장은 환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설명해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자주 환자의 체위변경을 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다리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 안 펴지게 될 수도 있어요.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세요."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수액 주사를 놓는 동안 장 원장은 기자를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고령의 환자에게 주사를 놓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와 함께해야 합니다. 혈관을 못 찾아 여러번 주사를 꽂는 것도 환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니까요.”

왕진은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돌아오는 길, 장 원장이 말했다. “지금 간 집은 그나마 보호자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고령화 시대에 자녀들도 따로 살 때는 건강관리가 정말 힘들어요. 환자들이 대학병원만 고집하는데 동네병원에서 꾸준히 관리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고령화 뿐만 아니라 핵가족화와 1인 가구도 늘고 있어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늘어나는 만큼 왕진이 이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문제’라며 왕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장 원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왕진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병원에서만 진료 보는 의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왕진 활성화를 위해 시범사업 동안 수가 개선, 법률 정비 등을 거쳐 꼭 본 사업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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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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