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자그마치 227일만이다.
영남대의료원 해직노동자, 박문진 지도위원의 지난 세월은 흡사 이길 수 없는 싸움의 연속인 것만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복직 투쟁, 노동조합 탄압 진상 규명 및 노조 활동 정상화를 위한 지리한 싸움. 급기야 지상 70미터에서 고공농성을 결정하고 이른 새벽 옥상에 오른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나는 차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세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박 지도위원과 고작 두 번의 전화 인터뷰를 했다. 질문은 대개 비슷했고,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인터뷰에서 그는 짐짓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수화기 너머 지독한 고독함과 육신의 고단함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땅을 밟았다. 고공농성의 끝, 보건의료노조가 전해온 사진 속에서 박 지도위원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으나 눈빛만은 활활 불타는 듯 했다.
나는 그리 멀지 않은 영남대의료원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의료원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이 진행될 때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래서 박 지도위원이 바람 부는 옥상에서 내려온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나는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보건의료 노동자의 고공농성. 농성 초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을 때나 우여곡절 끝에 농성을 끝낸 순간, 나는 과연 의학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보건의료 노동자의 권리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박 지도위원은 인터뷰 말미마다 항상 본인 같은 노동자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묻는다. 왜 우리사회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무심한가. 급기야 옥상까지 올라가서야 반짝 관심을 보이고 마는 겐가.
전태일 열사 이후 노동자의 삶이란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노동 존중 사회, 다시는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없는 세상, 사람 냄새나는 사회를 희구한다. 그리고 박 지도위원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또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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