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1973)’과 직업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1973)’과 직업

기사승인 2020-02-19 10:29:42

1970년에 발표된 후 전 세계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4,00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세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개정증보판(2018년)으로 새롭게 번역 출간되었다. 영화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버트레트가 감독한 1973년 작품으로, 전편에 갈매기만 등장한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바다에 버려진 생선을 주어먹거나 바닷가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을 할뿐이다. 조나단은 높은 하늘을 비행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곤 하였다. 여느 갈매기와는 달리 조나단에게 ‘날개는 먹이를 찾는 데 쓰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날기 위한 것’이었다. 부모 갈매기는 “비행을 하는 목적은 먹이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조나단의 행동을 꾸짖는다. 그러나 조나단은 더 빨리 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비행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갈매기들과는 다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늙은 갈매기들에 의해 추방된다. 조나단은 여러 곳을 다니며 스스로 비행하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때로는 다른 갈매기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비행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였다. 마침내 집으로 다시 돌아오자, 많은 갈매기들이 조나단에게 비행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며 그를 신처럼 떠받든다. 그러나 조나단은 “나는 신도 아니고 보통 갈매기일 뿐이며 단지 나는 것을 좋아하는 갈매기”라고 말한다. ‘사랑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배우려는 자와 나누는 것’이라고 믿는 그는 나는 법을 많은 갈매기들에게 가르쳐준다. 무엇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빨리 나는 것에 대한 열정이었다.

조나단은 말한다. “살기 위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어선에서 빵조각을 얻기 위해 단조롭고도 꾸준히 날아 오가는 것 대신 살기 위한 이유가 달리 있다. 우리 스스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우리 자신이 탁월하고 지적으로 우수하며 재능 있는 생물임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우리는 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비행이었다.” 언제나 희망에 가득 찬 그의 직업관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직업(職業, vocation)은 신(神)의 소명(召命, vocatio)이라 한다. 소명이란, ‘일정한 임무나 사명 혹은 직책을 주기 위해 부른다’는 뜻으로, 사람이 주어진 자리에서 해야만 할 사명의식을 뜻한다. 즉, 천직(calling)을 의미하는데, ‘신이 불러서 내게 맡긴 일’이기에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 됨은 물론, 사회에 기여․봉사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해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적성(適性)과 소질(素質) 그리고 취미(趣味)를 직업 삼아 자신의 능력만큼 사는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주어진 자리에서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성공이다.

청춘시절 이 영화를 보면서 외웠던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은 70년대 젊은이들에게는 교양 필수와도 같았다. 이 말은 ‘지혜가 쌓일수록 그만큼 멀리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조나단은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에게 희망의 힘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지혜가 쌓여간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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