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동네 신천지 교회도?” ‘슈퍼 전파’ 긴장한 주민들

“혹시 우리 동네 신천지 교회도?” ‘슈퍼 전파’ 긴장한 주민들

기사승인 2020-02-20 15:58:03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대구·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9명까지 급증했다. 31번 환자가 다니던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예수교회(이하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슈퍼 전파’가 일어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전국의 신도들이 대구를 다녀간 사실이 드러나며 타지역에 있는 신천지 교회 인근 주민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0일 오전 10시 “대구·경북 신규환자 35명 중 28명이 31번 환자가 다니던 대구 신천지교회 발생 사례와 연관이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49명에 대하여 대구 신천지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사례 연관성을 밝히는 데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31번 환자가 이달 초 청도 지역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실상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연계된 감염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31번 환자가 참석한 예배에 대구·경북이 아닌 다른 지역 신도들도 참석했다는 점이다. 전날 경기 과천 신천지 교인 6명이 대구 신천지 교회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과천시는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다중이용시설을 잠정 휴관하는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1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나머지는 추적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는 31번 환자가 나온 지난 18일 이후 모두 폐쇄된 상태다. 20일 오전 찾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신천지 바돌로매지파 본부성전인 시온교회(이하 시온교회)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지상 4층에 지하1층 규모의 건물 전체가 교회다. 입구에는 ‘당분간 성전 정문과 옆문을 봉인합니다’라고 적힌 A4용지가 여러 장 붙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신천지예수교 시몬지파 영등포교회(이하 영등포교회) 역시 소독약 냄새만 날 뿐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지하 3층, 지상 7층짜리 건물에 위치한 영등포교회는 지하 1층과 지상 2~7층을 사용하고 있다. 유리문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무단 침입 시 고소, 고발 조치 할 수 있습니다’라고 써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본 내부에는 불이 켜져있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교회 앞에서 만난 신천지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난 18일부터 문을 닫고 건물 전체에 방역을 다 실시했다”고 했다. 또 “어디서 나왔나” “명함을 달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시온교회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업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요일과 주말에 사람이 정말 많이 온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오전 8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예배를 보는 것 같다. 교회 앞 골목이 사람들로 꽉 찰 정도”라면서 “교인들이 멀리서도 오는 것 같던데 걱정이 되긴 한다”고 털어놨다. 인근 핸드폰매장 관계자는 “걱정이야 되기는 하는데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걸 어떻게 막겠나”라며 “이게 답이 없는 문제라서 참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한 시민은 “대구에서 일어난 일인데 여기는 무슨 영향이 있겠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등포교회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학부모는 “주변에 학교도 많은데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엄청 불안하다”면서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이후부터는 영등포교회 건물 1층에 위치한 대형마트도 가지 않는다. 평소에는 좋고 싼 물건이 많아 애용했던 곳이지만 혹시나 싶은 생각에 며칠 전부터 다른 마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종교가 중요하다지만 이 시국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배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혀를 찼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신천지 교회뿐 아니라 복음방, 위장교회 등의 위치를 표시한 ‘신천지위치알림’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알려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말 좋은 정보다’ ‘당분간 피해 다니려 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날 시온교회 앞에서 순찰을 하고 있던 신천지교 관계자는 “서울에 사는 신도가 일이 있거나 사정이 있으면 대구에서 예배에 참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전국에 있는 신천지 교회는 예배 참석할 때 방명록을 쓰고 지문까지 찍고 들어간다. 다 전산시스템에 기록되기 때문에 31번 환자가 교회에 방문한 날 누가 함께 예배를 드렸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신천지교가 신도들에게 거짓 대응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관계자는 “교단 내에서 전날 ‘대구를 방문한 성도들은 자가격리를 하고 20일까지 인근 보건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공지를 했다”며 문자 내용을 보여줬다. 또 “모임을 줄이는 등 평소에 주의했는데 공교롭게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좁은 장소에 많은 이들이 ‘다닥다닥’ 모여 예배하는 교회 공간의 물리적 환경이 대규모 집단 감염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자들이 밀접하게 모인 채 오랜 시간 머물며 감염도가 높아졌다는 추정이다. 31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인 지난 9일과 16일에 예배에 참석했는데 당국은 예배에 참석한 신도가 1000명을 넘는다고 추산하고 있다. 

과거 신천지교 신도였던 자영업자 김모(45·여)씨는 “정식 신도가 되기 전 6개월간 교육을 받을 때는 교육센터에 주5일을 다 나갔다. 신도들끼리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모임이 잦은 편”이라면서 “항상 다 같이 몰려다니는 게 확산에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대구시는 31번 환자가 다닌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 1001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증상이 있다”고 답한 환자가 90명에 이른다며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증상이 없다”는 515명, 연락이 안 된 사람이 396명이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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