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저희 집에 마스크 여유분이 조금 있어요. 필요하신 분 연락주세요.”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사는 주부 이정희(38)씨는 지역 맘카페에 ‘마스크 나눔’ 글을 올렸다. 이씨는 이달초 마스크 100여개를 사둔데다, 지난 22일 남편이 회사에서 마스크 100개를 받아오면서 ‘마스크 부자’가 됐다.
이 씨는 “남편이 출근하면서 하나씩 쓰고 저와 2살 된 딸아이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서 마스크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시댁에 30장 가져다 드리고도 마스크가 넉넉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따뜻한 마음을 드러냈다.
‘코로나19 공포’가 대구를 집어삼키면서 불안감에 커지고 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맘카페에서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마스크를 나눠주는 ‘마스크 나눔’이 펼쳐지고, 식재료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식당도 등장했다. ‘힘내라 대구’를 검색어로 만들자는 한 누리꾼의 제안에 ‘좋아요’ 수백개가 달렸다.
지난 22일 달서구 감삼동 한 배트남 음식 전문점 ‘더포본점’은 마스크 3장(KF80 이상)을 가져 올 경우 양지쌀국수와 새우게살볶음밥 중 한 메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이 식당은 고객들에게 받은 마스크는 대구시에 기증할 계획이다.
더포 관계자는 “그동안 사랑해주신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자 시행한 이벤트다”며 “조기 소진될 수 있으니 양해 부탁한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들을 위해 간식을 마련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택배 기사들은 주말은 물론, 새벽시간까지도 배달을 강행하고 있다.
대구 맘카페 ‘대구365’에서 한 회원은 “택배 아저씨 드시라고 간단하게 간식을 마련해서 아파트 입구에 붙였다”면서 “간식주머니를 붙이러 갔더니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간식주머니도 달려있었다”고 말했다.
이 카페의 또다른 회원도 “물량이 폭증해 새벽까지 배송한다는 소식들 듣고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편지를 적어서 간식함에 넣었다”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는데 택배 아저씨가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더라. 미리 해드리지 못해서 오히려 죄송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한 누리꾼은 ‘힘내라 대구’를 검색어로 만들어서 대구시민들에게 힘을 주자는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가 고향이라는 이 누리꾼은 “대구가 많이 힘든데 ‘고담대구’, ‘꼰대대구’ 등의 지역비하 발언으로 아프게 하지 말고 ‘힘내라 대구’로 힘을 주자”고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구를 향한 기부의도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박서준은 지난 22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1억원을 기부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배우 박서준이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음압 병동과 이동식 음압기가 부족하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치료에 필요한 기기 등을 구입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과 함께 1억 원 성금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이월드와 이랜드리테일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 그룹은 대구지사를 통해 10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금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물품과 생필품 구매에 쓰일 예정이다.
대구시와 ‘달빛동맹’을 맺은 광주시도 코로나19을 함께 극복하자마 마스크 2만개를 대구시에 전달했다.
김정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대구와 광주는 서로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다”면서 “광주시의 적극적인 도움이 현재 대구시의 상황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신속한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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