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란 가구원이 한 명인 가구다. 2000년대 이후 청년들의 취업난에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소형 부동산이나 식재료 정도에 머물렀던 ‘1인 소비’가 최근 생활용품부터 온·오프라인 쇼핑은 물론 외식업계까지 평정하는 추세다. 가전제품 역시 크기와 무게는 줄여 공간 활용성을 살린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싱글족 500만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1인 가구는 2000년 226만 가구(전체 가구 중 15.6%)에서 올해 506만 가구(전체 인구의 26.5%)로 증가했다. 네 집 건너 한 집은 혼자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싱글족으로 대변되는 25세 이상 50세 미만 1인 가구 비율은 약 200만 명이다. 한국 경제의 주축이었던 4인 가구의 비중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청년들의 취업난과 고령화, 저출산에 맞물려 평균 결혼연령 상승이 이 같은 현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일만이 아니다. 영미권의 싱글톤(Singleton), 일본의 히토리구라시(一人暮らし), 중국의 단선후(單身戶) 등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 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자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 부른다. 이 용어는 미국 뉴욕대학교의 사회학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가 저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처음 사용한 후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과일 포장 표준을 15kg에서 10kg으로 줄였다. 알 단위의 과일, 4분의 1모 두부 등 ‘소량 판매’가 늘고 있다. 트렌드를 가장 빨리 반영하는 방송계에서는 <나 혼자 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같은 1인에 의한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1인 생활 구조로 만든 소규모 주택 판매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혼자서도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칸막이를 설치한 식당이 늘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대형 가전들은 이미 포화상태이나 최근 가전 시장을 이른바 ‘세컨드(second) 가전’들이 파고들고 있다. 세컨드 가전이란 대용량·프리미엄급 메인 가전에서 필수 기능은 부각하고 크기와 가격은 줄인 제품이다. 냉장고를 바꾸는 대신 맥주 전용 냉장고를 사고, 대형 벽걸이 TV가 있는 집에서 TV를 한 대 더 살 땐 모니터 겸용 TV를 택한다. 세컨드 가전 시장 규모가 최근 4조 원대로 커지며 기존 제품들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TV, 휴대인터넷 등 제품 본연의 기능에 전혀 다른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컨버전스 가전도 인기다. 와인 냉장고 역시 이제 일반 냉장고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와인이나 화장품 등을 보관할 수 있게 했다.
한 주 후면 3월이다. 가구 유통업계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물론 인테리어에 빠진 1인 가구를 위한 ‘봄맞이’에 분주하다. 최근 휴식이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아 집에서 자신만의 편안함을 찾는 ‘케렌시아(Querencia·휴식처)’ 열풍이 젊은 층에도 불고 있고 이와 관련한 인테리어도 인기다.
1인 가구인 나홀로 경제학이 커지는 경향이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