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전화 상담·대리처방 허용… 의료계 내 반응 극과 극

‘코로나19’ 확산에 전화 상담·대리처방 허용… 의료계 내 반응 극과 극

절반 이상 의료기관 참여 의사 밝혀... 의협, 격렬 ‘반대’

기사승인 2020-03-04 03: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19 확산됨에 따라 한시적 전화 상담·대리처방이 허용되자, 의료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국립대병원장들과 복지부 사이의 간담회가 크게 작용했다고 알려진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건국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등이 코호트격리 조치를 당해 환자들의 불편이 컸는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으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만성질환자들이 코로나19의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의료기관 방문을 꺼려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 우려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라고 설명하며 “가벼운 감기 환자 등도 전화 상담을 통해 선별진료소에 방문 여부 등을 상담받을 수 있고 의료기관도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료 시기는 코로나19의 전파양상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은평성모병원 등은 정부의 발표 다음 날인 2월25일부터 전화상담 및 대리처방을 시행했다. 서울대병원은 초진 환자부터 진료할 수 있으며,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외래진료를 중단하고 응급실을 폐쇄한 은평성모병원은 하루 500명 정도 상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을 보상하는 정책”이라며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의계도 복지부의 결단에 환영한다는 뜻을 표했다. 지난달 25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방역 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병원 감염 근원을 차단할 수 있는 '전화·처방 등 허용방안'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기존에 내원하던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의 우려가 있어 전화 상담을 요청하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첩약에 대해서 택배로 발송하는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다만 초진의 경우는 환자의 개인정보와 함께 정확한 질환 파악이 어려워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감염 예방을 위해 선별진료소 운영, 발열 감지 시스템 도입 등으로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 전화 상담 및 대리처방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더라도 바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아직 환자가 여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내원 시기를 뒤로 미뤄달라는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환자가 직접 오기 어려울 때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대신 처방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받을 수 있으니 어려움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전화상담 및 처방 허용 관련해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의협은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로 현행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지역사회감염 확산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전화 상담 및 처방은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 일방적으로 발표한 전화 상담 및 처방 허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에서는 대구시의사회가 전화 상담과 대리처방을 허용하자고 회원들에게 촉구하기까지 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전화상담과 대리처방은 한시적·제한적 방안이며, 우리 회원들의 감염 위험과 격리·폐쇄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대구시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의 지부이며, 대한의사협회와 뜻을 함께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정부가 조사한 의료기관 중 상급병원은 42개 중 21개, 병원급 의료기관은 169개 중 94개, 의원급 의료기관은 1492개 중 913개가 참여 의사를 밝혔거나 참여하고 있다. 의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전화 상담 및 대리처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다수 의료기관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