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쿡] 정책불만, 정치혐오로 번져가는 일산

[총선 쿡] 정책불만, 정치혐오로 번져가는 일산

김현미·유은혜 빠진 고양 병·정 지역구, 투표율 하락 ‘우려’… 총선변수로?

기사승인 2020-03-10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대한민국의 미래 4년을 이끌어갈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거’가 36일 남았다. 선거구도 큰 변화 없이 확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우한폐렴)사태가 길어지며 선거운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주요변수로 작용함에 따라 국회진출을 노리는 후보들의 심정도 편찮은 상황이다.

이에 쿠키뉴스가 격전지와 전국 동향파악이 가능한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4번째 경유지는 진보와 보수진영이 격전을 벌이면서도 수차례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쥔 지역으로 선거구 구분으로는 고양시 병과 정 지역이다.

고양병은 ▲중산동 ▲정발산동 ▲풍산동 ▲백석1~2동 ▲마두1~2동 ▲장항1~2동 ▲고봉동 ▲일산2동(일산서구)을 포함한 일산동구가 중심이며, 지역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고양정은 ▲일산1동 ▲일산3동 ▲탄현동 ▲주엽1~2동 ▲대화동 ▲송포동 ▲송산동이 묶인 일산서구 지역으로 현역 지역구 의원은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총선출마를 하지 않기로 했다.

두 지역 모두 현역의원이 행정부에 남기로 함에 따라 주인이 사라진 무주공산인 셈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최근 3시 신도시 조성사업지역에 서울과 일산 사이에 위치한 창릉지구를 지정함에 따라 집값하락 및 교통난 가중 등이 예상돼 총선의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 상황이다. 일산서구 킨텍스 주변(고양정)으로 대규모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점도 변수로 주목된다.

이에 두 지역 모두 접전을 예상하며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이들을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하고 지역의석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두 지역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은 유 장관 후임(고양병)으로 홍정민 변호사를, 김 장관 후임(고양정)으로는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를 내세웠다.

통합당은 이에 맞서 병 지역에는 안산시 상록을 지역구 출신의 김영환 전 의원을, 정 지역에는 통합당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김현아 비례대표 의원을 공천했다. 이외에 병 지역에는 자유공화당의 김근복 우리공화당 자문위원, 국가혁명배당금당 정재우 씨, 정 지역에는 국가혁명배당금당 고연숙·고복자 씨가 각각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 베드타운(bed town) ‘일산’, “바뀌지 않는다”… 정치회의감 ‘팽배’

이처럼 민주당은 ‘지역사수’를, 통합당은 ‘지역탈환’을 위한 전략적 카드를 꺼내드는 등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역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이들이나, 일산서구에 적을 둔 이들이나, 현장에서 만나본 시민들의 다수는 정치권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10명 중 2명이나 됐다. 반반이란 이들도 2명 있었다. 이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듯했다. 일산서구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송산동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A씨(40대 중반, 남)는 “기대할게 있어야 선거를 할 텐데 기대하는 게 없다. 개선의 여지도 없는 것 같다. 밤 11시에 선거문자나 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산동구 식사동에 거주하며 인근에서 20여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B씨(60대 초반·여)는 “지난 수십년간 선거를 했지만 누굴 뽑든 달라지지 않았다. 다들 자기 기득권 챙기기에 바쁘고 싸움과 반목만 일삼았다. 다 똑같은 정치인들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선거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정치권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드러냈다.

탄현동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C씨(27·남)은 “선거 할지 잘 모르겠다. 투표를 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거기서 거기라 뽑을 사람도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입장이 있다보니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실현가능한 정책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울 의존성도 높아 교통도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회의적이지만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양병 지역구에 속하는 장항동에 혼자 거주한다는 직장인 D씨(32세·여)는 “투표 할지 아직 반반이다. 한다면 사람 됨됨이와 소속 정당도 감안해 공약을 많이 보긴 하는데 아직 어떤 정보도 접한 게 없다”면서 “1인 가구는 집 구하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힘들다. 출퇴근도 힘들다. 제발 이번엔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공약이 나와 삶이 수월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는 투표의사를 밝히면서도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백석1동에 거주하고 있는 E씨(37세·여)는 “선거는 항상 해왔다. 국민의 권리니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후보들의 공약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단한 공약이 나오기는 힘들지만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거나 일부만 이뤄져 허탈하긴 하다”고 꼭 지킬 수 있는 공약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고민하고 있는 3기 신도시 건설에 따른 부동산 문제나 교통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개발사업에 앞서 교통난 해소를 위한 고민을 좀 더 촘촘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나 지하철 노선의 신설이나 배차간격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밖에 고양시 기반 기업이 제대로 없어 전형적인 서울의 ‘침실(베드타운)’ 역할을 수행하는 위성도시로 전락하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영역의 산업 위주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여기에 이들 산업조차 주차시설 등 뒷받침할 기초인프라가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됐다. 이에 거리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들은 환경개선을 위한 고민을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바라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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