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 코로나19와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그간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와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재개발 단지부터 집값 조정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신규 아파트 단지의 경우 로또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한만큼 여전히 활황을 보일 거라 내다봤다.
17일 KB국민은행리브온 등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과거 전염병들과는 상관없이 꾸준히 상승선을 유지해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2년 서울 집값은 30.79% 폭등했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시작된 그 다음해인 2003년에는 10.18% 올랐다.
이후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에도 정부의 금리 인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2.58% 상승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시기 서울 집값은 5.56%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서울 집값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정책과 맞물려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강남4구 집값은 일제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각각 강동(-0.06%), 서초(-0.02%), 송파(-0.01%), 강남(-0.01%) 등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특히 최근엔 송파나 서초구 등에서 급매물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 8층이 1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이 21억원(1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5억원이 빠진 것.
또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는 전용 84㎡ 5층은 지난달 14일 21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같은달 24일 13층은 24억2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같은 평형 7층이 2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5층은 5억원가량, 13층도 2억6000만원이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와 합세해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 내다봤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사업의 경우 진행이 늦춰져 가격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기존 아파트 매물에 대해선 이번 사태가 일정부분 조정기간을 가져갈 거로 본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 사업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다만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로또아파트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만큼 활황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인해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 실물경제로 이동하고 일부는 부동산시장으로 움직여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부동산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은 크게 달라질 바가 없다”며 “거래시점이 좀 더 나중으로 연기될 뿐이며 가격하락은 크지 않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건설산업에 대한 전망은 호전될 수 있을 거라 본다. 특히 공고부문의 공사비중이 큰 건설사들일수록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코로나 여파로 항공·관광 등 타 산업들이 상반기 내내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선 건설투자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항공·관광 등의 산업이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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