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태구 기자 =#전일 미국증시가 7%이상 급락했던 지난 10일, 주식투자자 A씨는 거래하는 삼성증권으로부터 '증시영향과 대응전략' 등을 담은 모바일 메시지를 받고 놀랐다. 텍스트로 된 자료가 아닌 아닌 애널리스트가 직접 출연한 동영상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날 동영상 메시지는 A씨를 포함한 주식형 자산을 보유한 우수고객 5만명에게 전달됐다.
유튜브 열풍과 5G시대 개막과 함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이동상 어려움이 생기며 국내산업 전반으로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정보에 대한 고객니즈가 급증한 증권업계에서 이러한 언택트 마케팅이 동영상을 활용한 정보 제공이라는 형태로 활성화 되고 있다.
실제 온라인 기반 고객에 투자정보,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디지털 자산관리’에 집중해 온 삼성증권의 경우,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월 평균 70건이 넘는 투자 관련 영상 컨텐츠를 제공했다. 최근 높아진 글로벌 경제 변동성과 관련해 글로벌 경제, 유가전망, 국가별 금리인하정책에 대한 내용까지 애널리스트들이 출연한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올 해 제작된 동영상 콘텐츠수는 2019년 월 평균 제공된 동영상 컨텐츠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동영상 방송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조회수도 높아졌고 최근 시장관련 긴급점검 내용을 담은 콘텐츠들은 평균 4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보이기도 했다.
동영상의 종류도 기존의 시황이나 종목 등 주식위주에서 최근에는 채권, ELS 등 각종 상품 설명과 온라인주총장활용법, IRP활용법 등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동영상의 형식도 기존의 일방적인 설명방식을 넘어 유튜브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양방향 소통 스타일까지 등장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최초로 유튜브 투자설명회 형식을 도입한 ‘삼성증권 라이브’에서는 고객이 영상을 보면서 관련 질문 등 댓글을 남기면 삼성증권 라이브에 출연한 애널리스트가 방송에서 바로 답변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사태로 이런 대고객 동영상 콘텐츠의 확대가 촉진되었을 뿐 근본적인 이유는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하는 대중의 인식 변화에서 찾는다. 실제 지난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의 74.3%가 ‘글보다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이 더 편하다’고 답했다.
이런 추세는 젊은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닐슨 코리아클릭에서 작년 말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이용 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10~30대 보다 증권사의 주 고객층인 40~50대의 유튜브 1회 시청시간이 30%나 길게 나타나는 등 동영상의 마케팅 활용을 위한 여건이 성숙된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50대 투자자는 “증권 용어가 어렵다보니 아무래도 활자로만 읽으면 이해가 잘 안됐다”면서 “동영상은 전문가가 직접 나에게 1대1로 설명해 주는 것 같고, 설명을 들으면서 관련 자료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인터넷 강의처럼 이해가 잘 된다”고 말했다.
콘텐츠 공급자인 증권회사 차원에서도 그 동안 사내 시황생방송, 방송사 시황중계 등을 통해 동영상 내부제작 역량이 축적돼 있어 이런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도 1993년부터 사내 위성방송망을 개통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황 생방송과 공중파 시황중계를 지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김상훈 리테일전략담당 “같은 내용이라도 딱딱한 텍스트 보다는 동영상으로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드렸을 때 고객들 반응도 좋았다”며 “이런 부분은 내부에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금융전문인력들을 보유한 증권사들의 강점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IT기업 중심의 테크핀(Techfin) 증권사들이 갖기 힘든 콘텐츠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네이버 등 IT기반의 테크핀 기업들이 앞다퉈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촉발된 동영상 열풍이 핀테크로 불리는 기존 증권사들의 새로운 경쟁무기로 자리잡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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