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환자와 의료진이 완전히 분리된 채 문진·진찰·검체 채취 등을 할 수 있는 ‘워크스루(COVID-19 Walk-through Screening Center)’가 화제를 몰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워크스루’ 시스템을 처음으로 갖췄다. 김상일 병원장은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확산하던 지난달 말 환자와 의료진 상호감염 위험성을 낮추고 빠른 검사가 가능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결과, 생물안전작업대(Bio Safety Cabinet. BSC)를 착안해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차 이용자에 한정되고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선별진료소와 달리 ‘워크스루’는 차가 없는 환자들도 손쉽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원장은 “3월 초 제작 후 시험운영을 거쳐 16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며 “부스 비용도 대당 120만원 선으로 저렴하다. 4개 부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진료과정도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기존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진행할 때 하루 8~10명의 환자를 받는 데 그쳤지만, ‘워크 스루’를 이용하고 나서 병원은 하루 80명 이상의 환자를 볼 수 있게 됐다.
기존 선별진료소에서는 의료진도 감염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선별진료소 투입에 주저했다. 하지만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도입한 이후,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이 적어 의료진의 만족도도 높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의심돼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에 찾게 되면, 선별진료소 외부에 있는 테블릿을 이용해 전화번호를 기재한다. 환자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병원의 노력이 엿보인다. 환자의 이름이 불리면 텐트 내부로 이동해 전산으로 문진표를 작성한다. 여기서 확진자와의 접촉·위험 지역 방문 여부와 함께 의심 증상을 확인한다. 해당 내용이 진찰하고 검체를 체취하게 될 의사와 간호사에게 전달된다.
강력한 음압장치와 UVC 램프로 살균 시스템을 갖춘 감염안전진료부스에 환자가 들어가게 되면, 의료진이 부스 바깥에 있는 인터폰으로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한다. 환자와 물리적으로 차단된 상태라 의료진의 감염 위험도 전혀 없다. 코와 목 안에 객담(가래)를 체취한 후, 환자를 부스에서 나가게 한다. 이후 부스를 소독하고 10분간 환기한다.
김 원장은 “부스를 작게 만들어 소독을 꼼꼼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선별진료소는 비말이 어디에 튈지 예측할 수 없었다. 또 소독과 환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워크스루’를 도입하니 여러 환자를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병원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각급 의료기관들이 벤치마킹하고자 방문이 이어진다. 부스 제작 노하우 등에 대해 이들 병원들과 함께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은 뜨겁다. 여러 사립대학과 경기도·부산·경남 창원 등에서 도입하겠다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일본·독일·프랑스 등 외신에서도 취재하고자 병원을 찾았다. 저 멀리 아르헨티나에서는 시스템을 구매하고 연락을 취했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워크스루’를 이용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온 30대 A씨는 “신혼여행 다녀온 이후, 감기 기운이 있어 내과를 찾았는데 발열이 있어 진찰을 받지 못해 선별진료소를 찾았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닐까 두려웠다. 또 선별진료소에서 접촉될 우려도 있어 긴장했는데 안전한 시스템으로 빠르게 검사를 마쳐서 만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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