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뒤서거니 논란 휩싸인 여·야 비례정당

앞서거니 뒤서거니 논란 휩싸인 여·야 비례정당

기사승인 2020-03-20 01: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4월 15일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27일 앞둔 상황에서 유세장이 아닌 국회가 시끄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원인이라면, 다른 원인은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다시없을 도전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자칭 비례연합정당 타칭 비례민주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시민당의 모태가 ‘조국수호’를 외치며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던 정치세력의 연합 ‘시민을위하여’로 검찰조사 등 각종 구설에 올라있어서다.

더구나 민주당을 제외하고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기로 한 4개 정치세력이 대부분 결성된지 1년이 채 안 된 신생정치세력인데다 구성원들의 과거 이력에 대한 의혹도 속속 제기되고 있어 주변으로부터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과정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미래당 등 진보·개혁진영으로 분류되는 원외정당과 시민사회 진보정치계 원로들이 주축인 ‘정치개혁연합’까지도 사실상 연합과정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지며 “입맛대로 줄 세우기를 했다”는 비난까지 쏟아져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범진보진영은 사실상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민주당과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은 19일 협상과정을 서로 공개하며 참여정당의 문제와 의석 배분문제 등을 놓고 진실공방까지 벌였다. 심지어 정개련은 더불어시민당을 ‘꼼수 위성정당’이라고 혹평하며 미래통합당과 같은 취급을 했다.

이에 민주당의 유력 차기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조차 비례연합정당 추진과정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19일 “현재 전개가 몹시 민망하다”며 정치개혁연합의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비난은 여당만을 향하진 않았다. 앞서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 여타 정치세력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제1야당 미래통합도 같은 시기에 내홍을 겪었다. 비례대표 의석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칭 자매정당 ‘미래한국당’이 통합당 의도를 벗어난 독립적 비례공천을 추진해서다.

통합당이 영입했던 인재들을 비롯해 비례대표 후보신청을 했던 인사들을 대거 제외하고 한국당이 자체적으로 추천목록을 작성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통합당 내부에서 ‘배신’, ‘쿠테타’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한국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급기야 19일 선거인단에게 제출된 비례공천 목록은 다수결에 따라 부결돼 지도부가 총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한국당의 반란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조만간 새로운 지도부가 통합당에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당과 자매(위성)정당인 한국당에 대한 당 밖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지난 12일 한국당의 정당등록을 허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집행정지신청을 법원에 내 첫 심리가 19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의 법정 대리인은 “미래한국당은 정당의 실체도 없고 설립 목적도 오로지 미래통합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조직이 만들어지면 신청인들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법률상 다툴 이익이 있다”며 가처분신청의 당위성과 한국당의 정당등록의 문제점을 주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례위성정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정의당의 김종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9일 한국당 비례대표 추천목록 부결과 관련 “참으로 가관이다. 미래한국당이 헌법에 규정된 정상적인 정당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라며 “한국당 선거인단이 사실상 통합당 당원이자 황교안 (통합당)대표의 꼭두각시에 불과함을 말해주는 결과”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과 내부갈등, 서로를 향한 험담을 두고 정치권 안팎은 물론 시민사회도 한탄만 늘어놨다. 여기에는 눈앞의 국회의원 의석수와 기득권에만 매몰돼 행동하는 행태를 지켜만 봐야한다는 답답함과 무력함이 깔려있었다.

촛불민심관철 시민연대회의 대표들은 지난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둘러싼 논란과 행태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가지고 정신차리라는 취지의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애초에 소수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는 사라지고 오로지 선거에서의 승리와 권력을 향한 욕망만이 남아있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회의감마저 든다”며 “이런 막장을 만들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 통과시켰는지 묻고 싶다. 차라리 기존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게 해야 했었던 것 아닌가 한다”고 가슴을 쳤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도 “이러니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국민 세금으로 나라 잘 돌아가게 하라고 뽑아놓으면 어떻게든 자기들 기득권 지키려고 싸우고 눈치를 줘도 무시하는데 답이 없는 것 같다. 투표를 해도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이번엔 투표도 안하려고 한다”고 극에 달한 정치혐오와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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