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물질 방출 원인은 운전 미숙”

원안위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물질 방출 원인은 운전 미숙”

기사승인 2020-03-20 15:28:42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사용후핵연료처리사업으로 운영하는 자연증발시설의 방사성물질 방출은 미숙한 운전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해당 시설은 1990년 8월 운영을 시작할 당시 설계와 다르게 건설돼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연간 480~480리터의 일부 방폐물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부터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러한 내용의 결과를 해당시설의 지정권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ERI 측에 통보해 후속조치를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해 인허가 단계부터 최근까지 검사기록, 시설운영 기록, 방사선환경 조사기록, CCTV 영상, 재현실험 등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연증발시설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1989년 당시 과학기술처가 사용후핵연료처리사업으로 승인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185 Bq/ℓ 이하)을 지하저장조(86만 리터)에 이송받아 이를 끌어올려 3층의 공급탱크에서 2층에 길게 늘어뜨린 증발천에 흘려보내 태양광에 의해 자연증발 시키고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해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원안위 조사 결과 지난해 9월26일 필터 교체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약 510리터의 액체 방폐물이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안위는 조사 결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근본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안위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는 인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리터)가 설치돼 있었고,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건설 및 사용(1990년 8월)돼 매년 4월부터 11월가지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그간 운전자들이 지하저장조(86만 리터) 외에 바닥배수탱크(600리터)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안위는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해 지난해 9월 운전 미숙에 의한 방폐물 외부 누출을 확인했다. 또한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 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폐물(연간 470~480리터)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방사성물질 방출로 인한 외부 환경영향 분석과 관련해 원안위는 매년 정기적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방사선환경조사 기록을 검토했다.

원안위는 검토 결과 그간 매년 11월경 방사성물질이 방출됐음에도 하천수에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고,  KAERI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는 2019년 4분기에 확인된 25.5 Bq/kg 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KINS 조사팀은 그동안 분기별 KAERI 주변 방사선환경조사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던 이유가 세슘-137 등이 토양 등에 잘 흡착되는 특성에 따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출된 후 KAERI 부지내 우수관, 10개의 맨홀 등을 거쳐 정문앞 덕진천까지 약 1.5㎞를 흐르는 동안 KAERI 부지 내 토양에 흡착돼 덕진천 등 하천수 및 하천토양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다만 지난해 9월26일 운전 미숙으로 510리터가 방출된 후 측정된 2019년 4분기 측정에서 특이값을 보인 이유는 2019년 10우러부터11월 사이 강수량(200㎜)이 많아 일부 방사성물질이 부지 외부로 흘러나간 것으로 판단했다.

원안위는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을 KAERI가 사업자로서 원자력안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수동식 운영체계, 안전의식 결여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AERI의 100여개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과 시공도면, 현재 시설 상태간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연구원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등을 최신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안전관리 조직의 총괄기능 강화와 외부기관이 주관하는 안전문화 점검을 실시하는 등 KAERI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해 차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토록 조치했다. 특히 과기정통부를 통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대해 행정처분을 검토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 등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정기검사 횟수를 두 배로 확대하고, KAERI에 대한 현장 상시점검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와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원안위의 안전규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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