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 머물다 ‘삐끗’… ‘화장실 골절’ 어르신 늘어

코로나19로 집 머물다 ‘삐끗’… ‘화장실 골절’ 어르신 늘어

중증 재골절 위험 있어 예방에 힘써야

기사승인 2020-04-11 06: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60대 이상 노인 5명 중 2명은 화장실과 욕실에서 넘어져 골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골다공증 환자의 실내 낙상으로 인한 골절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겨울 동안 운동 부족으로 근육과 관절이 움츠러든 상태라 낙상 위험이 더욱 크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정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2019년간 접수된 위해정보 중 가정(주택)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가장 많았으며, 2017년3만3806건(47.6%), 2018년 3만8141건(53.0%), 2019년 4만525건(55.5%)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가정 내 안전사고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13.2%로 10세 미만 아동(40.9%)에 이어 가장 높게 조사됐다. 노인 안전사고의 약 절반(47.2%)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였으며, 주로 침실/방(31.5%), 화장실/욕실(19.6%)에서 발생했다.

60세 이상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화장실이나 욕실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5명 중 2명(41.5%)은 뼈가 부러지는 골절 사고를 경험했다. 반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는 열상(찢어짐) 사고가 가장 많았으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골절 발생률이 증가했다.

서형연 전남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뼈가 약한 골다공증 환자와 노인은 가정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가벼운 사고로도 뼈가 부러질 수 있는데, 젊은 층에 비해 회복이 어렵고 재골절 위험이 높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낙상 사고 발생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층이거나 이미 골절을 경험한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뼈를 붙이는 골절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골밀도를 높여 재골절을 예방하는 치료 병행이 필요하다. 일단 한 번 뼈가 부러지면 이후부터는 골밀도와 관계 없이 재골절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또 이후의 2차 골절은 첫 골절과 달리 중증의 치명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경우에는 가장 먼저 땅을 집게 되는 손목과 상완(팔꿈치 윗부분) 부위의 뼈가 부러지기 쉽다. 이는 ‘침묵의 질환’인 골다공증이 뼈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경고이자 앞으로의 더욱 심각한 골절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만일 이를 단순한 골절로 여겨 골다공증을 의심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재골절을 막을 치료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호주를 비롯한 해외 학회에서는 고관절 등의 심각한 골절이 발생하기 전 손목이나 상완에서 발생한 비교적 가벼운 골절을 ‘신호골절(Signal Fracture)’이라고 부르며, 이후의 재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골절들이 반복되고 중첩되면 척추, 고관절 등에서 중증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골절의 연쇄반응(Fracture Cascade)’이 나타난다. 따라서 첫 골절 시점에서부터 재골절의 악순환을 적극적으로 막는 것이 필수다.

그럼에도 국내 골다공증 환자 중 골절 사고를 겪고 1년 내 골다공증 치료를 받는 경우는 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은 50대 여성의 약물치료율은 10~20%에 그치고 있어 이후의 반복되는 골절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골대사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손목 골절을 한 차례 겪게 되면 이후 척추 골절이나 대퇴 골절을 겪을 위험은 2~4배 증가하고, 특히 척추 골절을 경험한 여성의 대퇴 골절 발생 위험은 3.8배 증가할 뿐 아니라 사망 위험까지 높아진다. 

이에 국내 골다공증 진료지침에서도 골다공증 환자가 골절을 경험했을 때는 골절에 대한 치료와 동시에 재골절 예방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크게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골흡수 억제와 골형성 촉진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는 이중작용의 골다공증 신약도 출시됐다.

서형연 교수는 “최근 골다공증 진료 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실내 생활 장기화로 골절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노인, 골다공증 환자 등 고위험군은 충분한 영양소 섭취와 가벼운 실내운동을 통해 골밀도를 높여야 하며, 이전에 골절 경험이 있거나 최근 가정에서 골절을 겪은 환자라면 국내외 학회 권고에 따라 골형성 촉진과 골흡수 억제 효과를 동시에 보이는 강력한 치료옵션 등을 통해 재골절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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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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