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사전투표열기가 뜨겁다. 사전투표 첫 날인 10일 전체 선거인 중 약 12.1%인 534만명가량이 투표를 마쳤다.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넘어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려 혹은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일한 대응이 지목됐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임산부 A씨는 “투표를 빠진 적이 없는데 이번엔 임신도 해 처음으로 선거를 하지 말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도 지급을 안 한다고 하고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지나가며 봤다”면서 “뽑을 만한 사람도 없는데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투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가치가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한탄했다.
투표현장 상황도 A씨의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에 마련된 한 사전투표소는 인근 군부대를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모였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방역대책은 곳곳에서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당장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세계적 권고거리인 2m는 지켜지지 않았다. 관리인원이 부족해 선관위가 원활한 투표 진행과 관리를 위해 제시한 1m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마스크 착용권고는 시민들의 참여로 대부분 지켜졌지만,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투표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선관위는 앞서 공표한대로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스크 미착용자 투표 후 개별투표소와 용품 등을 즉시 소독하겠다는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도 관찰됐다. 현장관리인원은 마스크 미착용 투표자에 대한 지도 및 투표 후 소독, 물리적 거리두기 등이 이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내부 교육자료 상 마스크 미착용 유권자도 투표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지침에 따라 이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선관위 또한 일부에서의 순간적인 착오나 현장여건을 감안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투표소에 들어서기 전 발열체크와 손소독, 위생장갑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만약 발열이 감지될 경우에는 개별 투표소로 이동시켜 감염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거리유지를 위한 추가인력도 투입해 최대한 지켜지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방역조치에 야권은 날을 세웠다. 안명옥 미래통합당 코로나대책특별위원장은 “선관위도 결국 국가기관인데 국가가 방역대책이나 대응에 섬세하지 못한 면모가 많다”며 “코로나사태가 발생한지 2달째다. 이런 상황은 미리 예측이 가능했다. 보다 정밀하고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적어도 2m의 물리적 거리두기는 지켜야한다. 그건 얼마든지 안내하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마스크도 저소득층처럼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서 지급했어야 했다”며 “국민들이 심각상태를 심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국가가 행동하고 있는 게 문제다. 보다 철저히 준비해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전투표 첫날 풍경은 과거와 달리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들도 관찰됐다. 우선 48.1㎝에 달하는 긴 투표용지에 비해 이를 담을 봉투는 23㎝정도로 짧아 곳곳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반을 접어서도 제대로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거 투표용지를 가로로 반을 접게 되면 마르지 않은 잉크로 인해 유권자의 의도와 달리 2중 표기가 되는 상황도 발생해 세로로 접으라고 안내했던 내용도 사실상 사라졌다. 오히려 짧고 넓은 봉투를 제공해 3등분 이상을 접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이에 오기에 따른 무효화도 과거보다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외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보호자 동행투표를 막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지가 제대로 비치되지 않았거나, 위생장갑으로 인해 점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고, 기표 또한 원만히 할 수 없었던 문제도 제기되면서 장애인들의 참정권 문제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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