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에겐 선택의, 후보와 정당들에겐 심판의 시간이 15시간 남짓 남았다. 줄어드는 시간에 비례해 선거판도 과열되는 양상이다.
14일 현재, 거대양당 중심으로 흘러가는 선거판에서 정책대결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반대로 상대정당 소속 후보나 주요 인사들의 막말과 과거 행적, 사회현안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 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흘러넘친다. 분위기도 일련의 네거티브 공세에 급격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미래통합당은 연일 민주당 소속 김남국 안산단원을 후보의 성 비하발언과 성인지감수성, 김 후보를 두둔하는 민주당 인사들의 태도를 비난했다. 심지어 14일에는 김 후보를 포함해 “2번 찍을 어르신 투표 않도록 하라”는 강령을 내렸다는 막말의혹을 받고 있는 김한규 강남병 후보 등 민주당 소속인사 14명의 사례를 정리해 공개했다.
공개된 사례를 요약하면, (“통합당은 쓰레기 같은 정당”이란 말을 했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도시(부산)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통합당은) 팔뚝에 문신한 조폭”이라는 등의 말을 남겼던 이해찬 당 대표, 토지공개념을 주장한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다.
이외에 지역구인 남원·임실·순창 지역민을 비하했던 이강래 후보, “코로나는 코로 나온다”는 말을 남긴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아들, “(미사일은) 실제로 우리가 더 많이 쏘고 있다”는 안보인식문제가 제기된 도종환 청주흥덕 후보, “아내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낫다”는 홍성국 세종갑 후보, 김남국 후보를 두둔하는 발언이 문제가 된 윤호중 구리 후보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도 논란의 소재가 됐다. 통합당은 13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서울 광진을 지원유세에 나서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국민 100%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고 후보를 낙선시키면 지원금을 안주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하며 ‘협박성 막말’로 규정했다.
정원석 통합당 상근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는 어느새 책임정치는 찾아볼 수 없는 막말의 장(場)으로 변질됐다. 우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바라던 국가의 역할과 품격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막말로 인해 훼손됐다”고 혹평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품격’을 찾겠다.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어떠한 막말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를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숱한 막말과 정치품격 훼손에 대한 책임을 진 적이 있는지, 단 한번이라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해당 인사를 미래통합당처럼 응당의 조치를 취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막말논란이 불거지며 제명된 통합당 김대호·차명진 전 후보문제를 포함해 송한섭 서울양천갑 후보와 유정복 인천남동갑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는가 하면, 태구민(태영호·서울강남갑) 후보의 재산 문제를, 김진태(강원춘천) 후보 선거원의 세월호 현수막 훼손사건 등을 제기하며 맞섰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민주당은 통합당이나 여타 정당들의 비난에도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인사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불거질 때면 해명으로 여론을 잠재우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네거티브 공방에서의 승패 또한 민주당에 기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책공약이 사라진 배경을 극단적 이념대립으로 풀이했다. 이어 네거티브 공세에서 통합당의 패색이 짙어진 원인을 기울어진 언론환경과 민주당 지지층의 열성적인 온라인 활동이라고 꼽았다.
그는 “객관적으로 민주당의 막말이나 논란이 더 많다. 대략 통합당이 3개라면 민주당이 10개 정도다. 하지만 통합당의 3개가 더 부각되고 있다. 언론 특히 방송이 야당의 막말논란을 연일 떠들어대는데 반해 민주당의 논란은 크게 다루지 않았다. 국민은 소식을 모르니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여당이 프리미엄을 누려도 지나치게 많이 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화 민생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거대 양당의 행태를 함께 비난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민주당도, 통합당도 막말과 각종 의혹이 끝도 없이 많다. 있지만 가려져 있거나 축소·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일련의 논란을 지켜보면 이들이 얼마나 공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삶을 정치에 투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이는 김남국, 차명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당 기득권이 국민들에 대한 빈약한 인식에 기반한 사고의 반로라고 생각한다”며 “민생당은 막말하는 사람이 없다. 꼼수도 부리지 않는다. 원내정당으로는 유일하게 지역과 비례 후보를 모두 내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려 한다. 진짜 정치로 쇄신과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한편 선거판은 이처럼 막말과 논란으로 뒤덮인 가운데 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발표한 공동정책공약 시리즈나, 통합당 과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협약을 맺고 내놓은 각종 공약은 물론, 정의당과 민생당 등 여타 중소정당들의 공약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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