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유통가 어떻게 바뀌었나

[르포]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유통가 어떻게 바뀌었나

매장 내 사회적거리두기 일상화…명동 일부 매장, 무기한 단축영업 실시

기사승인 2020-04-15 05:00:00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어머, 식당에 이게 웬 봉투니? 여기에 이걸 담으라고?”

밥상 위에 난데없이 등장한 흰색 봉투에 곳곳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봉투는 ‘마스크 보관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자, 현대백화점은 식품관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이를 마련했다. 국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지속되면서 유통가도 장기전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내 코로나19 발병도 석 달이 다 돼가는 4월, 유통가는 어떻게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까. 그 모습을 살펴봤다.

지난 10일 방문한 서울 일대 식음료 매장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스타벅스 명동길점 매장 한 구석에는 창고를 방불케 할 정도로 쌓여진 테이블과 의자가 눈길을 끌었다. 고객 간 일정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비치돼 있던 테이블과 의자를 기존 자리에서 옮긴 것이다.

매장 직원과 고객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스타벅스는 주문대 앞에 안전라인을 마련, 소비자가 일정거리를 밖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외에도 매장에는 ▲매장 이용 시 마스크 착용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가능 등의 당부사항이 게시판을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버거 전문점 ‘쉐이크쉑’ 용산 아이파크몰점은 사회적거리두기를 위해 고객대기선에 발자국 스티커를 부착했다. 스티커에는 ‘거리 두기를 위해 이곳은 비워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고열이 있는 고객은 쉐이크쉑 매장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쉐이크쉑 관계자는 매장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모든 고객의 체온을 기기로 측정한다. 당사는 매장 입구 게시판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모든 게스트의 안전을 위해 입장 시 체온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체온이 37.5℃ 이상인 경우, 입장이 제한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임시휴점으로 곤욕을 치렀던 백화점은 방문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고 있다. 같은날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공지를 곳곳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백화점 1층에 위치한 명품브랜드 매장 입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뒤 입장해달라는 공지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구찌 신세계백화점 본점 관계자는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매장을 방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장 직원과 방문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쇼핑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시 중구 명동거리 모습도 많이 바꿔 놓았다. 특히, 영업시간 단축에 나선 곳들이 많았는데,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LLOYD)는 ‘오전 10시30분~오후10시30분’에서 오전 ‘11시30분~오후9시’로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속옷전문 브랜드 ‘에블린’(EBLIN)은 기존 ‘오전 11시~오후10시’에서 ‘오후12시~오후9시’로 시간을 단축했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는 ‘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 ‘주말 오전 11시~오후9시’로 영업시간을 변경했다는 사실을 게시했다. 이들은 “영업시간 단축 기간은 미정”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며 격려에 나선 ‘착한 기업’도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은 매장 앞 거리에 손소독제를 배치했다. 명동 일대를 방문한 고객들이 거리를 오가며 마음 편히 손소독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페 ‘커피니’(COFFEENIE)는 무료 쿠키나눔을 시작했다. 커피니 압구정점 관계자는 “직영점 매장에서는 음료를 주문한 고객에게 무료로 쿠키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이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의 노력에 소비자는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명동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심모(28·여)씨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평소에는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갑자기 떨어진 물건이 있을 때에는 하는 수 없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다”며 “손소독제 비치 등 감염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매장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날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함모(28)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카페에 자주 오게 되는데 오늘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회적거리두기를 처음 보게 됐다”며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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