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온라인 개학 영향으로 급식용 우유 소비 상황이 급변하면서 낙농가와 유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이미 국민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도 중단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 급식 중단에 유업체 ‘진땀’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급식 우유 시장은 연간 1600억원 규모다.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1년에 8개월 가량 매일 우유를 소비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거나 일부 온라인 개학으로 변경되면서 급식으로 납품되는 우유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고 있다. 3월과 4월 두 달간 소비되는 양은 200㎖ 제품 기준 약 120만팩에 달한다.
이는 그대로 유업체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급식 우유를 납품하는 주요 유업체들은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보관이 어려운 우유 특성상 탈지분유나 치즈 등 가공이 이뤄져야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치즈의 경우 1㎏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 10ℓ 가량이 필요하다. 2019년 기준 원유가격은 926원으로 치즈 1㎏ 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원유 가격만 9260원이다. 여기에 가공, 포장, 운송 등의 비용이 들어가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오는 수입 치즈 제품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커피와 음료, 디저트 등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들이 늘어나 1인당 우유 소비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같은 피해는 뼈아프다. 실제로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2018년 26.6㎏로 떨어졌다.
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1+1 행사 등 소비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농협 등에서도 ‘우유 한잔 더 마시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낙농가·유업체 극약 처방에도 소비자 체감은 ‘글쎄’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적인 부분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A 업체의 1000㎖ 제품 우유의 이달 17일 기준 업태 전체 평균 가격은 2657원이다.
이는 3개월 전인 올해 1월 17일 2651원 대비 6원 높은 수준이다. B 업체 1000㎖ 제품 가격도 같은 기간 2610원에서 2611원으로 1원 올랐다. 소비자들이 1원 단위 소비자 물가를 체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로는 원유가격연동제가 꼽힌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유업체와 낙농가의 마찰을 막고 낙농가 수익 안정과 보호를 위해 2013년 정부가 도입한 가격정책제도다. 이에 따라 원유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원유생산비를 고려해 기본가격을 책정한다. 여기에 체세포수·세균수 등 등급에 따라 가격이 차등 추가된다. 현재 원유 가격은 926원, 원유수취가격은 1088원이다.
원유가격은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일 경우 우유생산비 등을 감안해 인상할 수 인상할 수 있으며 반대로 3% 이내일 경우 변동이 불가능하다. 유업체 등에서는 재고가 넘쳐도 유제품가격을 인하할 수 없는 원인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낙농가 역시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이다. 낙농진흥회 원유생산통계에 따르면 원유가격연동제 시작년도인 2013년 209만3073톤이었던 원유 생산량은 2014년 221만4039톤으로 늘었다가 2015년 206만9581톤으로 감소했다. 2019년 생산량은 이보다 더 줄은 204만9431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잉여원유가 넘쳐 생산한 원유를 처리할 수 없게되자 낙농가가 젖소도태 등 극약처방을 통해 수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특히 젖소 등 반추동물 사육에 필수적인 조사료 자급률이 80%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품질의 원유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알팔파베일·티모시그라스 등 수입 조사료가 중요하다. 조사료 재배에 국내 기후가 알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조사료는 국산 조사료 사용을 높이기 위해 쿼터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할당량이 소비량보다 적어 높은 가격으로 수입 조사료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우유 가격은 낙농가와 정부, 유업체가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조정한 가격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요가 넘쳐도 가격은 내리지 않는’ 기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원유가격과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미 유업체에서도 몇 년 전부터 흰우유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낙농가에서도 생산단가가 오르면서 상황은 해가 지날수록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수매 등 급한 불을 끌 만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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