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학자 "북한은 전체가 극장"

영국학자 "북한은 전체가 극장"

기사승인 2020-04-25 16:40:05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미국 CNN방송이 키스 하워드 영국 런던 동양·아프리카 연구소 교수가 내놓은 신간 '위대한 지도자들을 위한 노래들: 북한 노래와 춤 속에 있는 사상과 창의성'을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북한 공연예술을 연구해온 하워드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은 영토 전체가 하나의 극장처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엄격히 단속하는 북한 체제를 고려할 때 수천 명이 똑같이 움직이는 매스게임부터 승인받은 노래만 배우는 학교까지 북한의 노래와 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선전도구라는 설명이다.

하워드 교수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남북한 분단 후 1948년 집권하자 예술 전통을 바꾸는 데 착수해 음악 연구가들을 시골로 보내 민요와 시를 채록했다.

김 주석은 남측이 아닌 북측의 노래를 우선시했고 정치적 목적에 맞게 가사를 바꾸고 사회주의 주제를 입혔다.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젊은 시절이던 1960년대 말에 예술 제작에 대한 권한을 이어받았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북한 과거사를 회고하고 윤색하는 가극, 성악곡, 연극이 새로 제작돼 예술이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피바다', '꽃파는 처녀', '밀림아 이야기하라', '당의 참된 딸', '금강산의 노래' 등 이른바 5대 혁명가극이 이 시대를 대변한다.
이들 작품은 북한의 역사에 대한 재해석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이념과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찬양도 담고 있다.

하워드 교수는 "이들 작품에는 북한의 수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겼다"며 "조명과 줄거리가 계속 어둡다가 김일성이 승리하고 코리아를 재건했다는 마지막 10분 동안 모든 게 밝아진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계 최대의 스타디움인 5·1경기장에서 자주 공연되는 매스게임 등 고도의 안무가 필요한 집단체조를 크게 활성화했다.

하워드 교수는 북한의 집단체조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의 전체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훨씬 쉬울 수 있는 안무를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 한 명이 틀리면 모든 게 붕괴하도록 한다"고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7년 매스게임 제작자들에게 "한 명의 실수로 집단체조 공연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아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을 집단에 종속시키려고 총력을 다한다"고 말한 바 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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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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