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영상 전국민 봐라?… n번방 대책 ‘신고포상금’에 허탈함만

피해자 영상 전국민 봐라?… n번방 대책 ‘신고포상금’에 허탈함만

2차 가해·금전 결부 우려…여가부 “우려 과해”

기사승인 2020-04-28 02: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대책으로 제시한 '신고포상금제'에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를 비롯한 9개 관계부처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익명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을 이용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추진력을 얻은 논의가 일단락된 것이다. 

대책에서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4대 추진전략으로 ▲디지털 성범죄 무관용 원칙 확립 ▲아동·청소년 보호강화 ▲처벌·보호 사각지대 해소 ▲사회적 인식 확산을 제시했다. 각 전략 하위에는 17개 중과제와 41개 세부과제가 나열됐다.

주목할 지점은 아동·청소년 보호강화 전략의 하위 과제에 포함된 신고포상금제다. 골자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유통·소지 범죄를 포착해 신고한 사람에게 정부가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것. 정부가 밝힌 기대 효과란 ‘국민들이 참여하는 촘촘한 감시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디지털 성범죄물을 적극 발견·신고하도록 해 경각심을 고취하고 범죄 적발률도 높이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신고를 당한 사람이 해당 범죄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구체적인 방침도 포함됐다.

이는 여성시민단체의 실소를 자아냈다. 디지털 성범죄물은 소지·시청·공유 모두 심각한 가해 행위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를 전 국민이 찾아다니도록 독려하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소비 목적이든, 신고 목적이든 상관없이 디지털 성범죄물이 타인에 의해 재생된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굉장한 고통”이라며 “센터조차 삭제 지원 업무차 영상을 확인할 때 매우 무겁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상금을 걸고 대중에게 적발 업무를 일부 맡긴다는 정부의 발상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적발에 금전적 이익을 결부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웹하드 카르텔의 일부였던 ‘디지털 장의사’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불법 영상물을 삭제해주겠다고 제안하며 수익을 올렸다”며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신고했을 때 포상을 주는 구조도 이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영상물 적발과 삭제가 ‘대가성’ 행위가 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소관부처인 여가부 아동·청소년보호과 관계자는 ”신고포상금제 때문에 2차 가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도 아동·청소년·장애인 대상 성 매수 범죄에 대해서는 신고포상금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포상금 사냥’ 수준으로 신고 경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지급되는 포상금 역시 1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상금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고 말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