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웃 사촌' 금 갈라

코로나19로 '이웃 사촌' 금 갈라

기사승인 2020-05-04 12:02:19


[쿠키뉴스] 소인섭 기자 = 내국인 입국자가 늘어 나면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와 이웃간 낯을 붉히는 일이 더러 발생하고 있다. 환자가 아닌 격리자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해서 나온 결과란 분석이다.

지난 3일 전북 완주군의 한 마을 이장은 자가격리중인 사람의 보호자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웃과 대화를 한적이 있느냐"면서 "자가격리자가 있으면서 이웃인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A(남) 씨는 고지 의무도 없지만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데, 괜히 불안감만 갖게 할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자신의 자녀가 확진자와 접촉해 정부로 부터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된 것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A 씨는 그 길로 이웃을 방문, 자초지종을 말했다. A 씨는 "여러 어려움 끝에 입국했고 음성 판정을 받아 국가 감염병 관리 시스템상 자가격리중일 뿐이다"고 말한 뒤 "자가격리를 이웃이나 누구에게도 알릴 의무는 없지만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 등에는 알렸다"면서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웃 B(여) 씨는 "이웃하고 살면서 그 이야기를 보호자나 이장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들어야 하냐"며 "어린 손주가 와 있는데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이런 불만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A 씨는 자신의 자녀가 마치 감염병 환자 취급을 받는 것에 항의했고 B 씨는 "그런 적 없다"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잘못을 추궁했다.
신경전이 계속되자 B 씨의 남편이 "이웃에게 고지할 의무는 있다"고 말했고 이에 A 씨는 "그런 의무조항을 질병관리본부 자가격리 지침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B 씨의 남편은 "의무가 없으면, 보건소에 얘기해서 시끄럽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말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자가격리를 두고 이웃간 옥신각신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김제시 관계자는 "이웃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는데 이런 일로 문의전화가 온다"고 밝혔다. 전주시 상황실에는 초기 자가격리 민원 2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 과도한 불안감이 낳은 결과란 지적이 많다.
지난 1월 말 중국 우한 교민 임시 수용을 두고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지역 주민들이 국민청원을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9일 교민들이 수용돼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경찰인재개발원을 잇달아 방문, 교민들을 손인사로 위로했다. 동요했던 지역 민심을 다독였고 지나친 불안감을 잠재우는 행보를 했다. 그달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지만 실제보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불안감은 국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해외 입국 때문이기도 하다. 4일 현재 전북도내 확진자는 18명(격리 진행 6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이 학생·근로자 등 해외 입국자다. 지난달 16일 이후 도내 해외 입국자는 1천85명이며 전주가 358명으로 가장 많고 익산 156명, 군산 146명, 완주 111명 순이다.

하지만 전라북도 보건방역당국은 자가격리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가족간에도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개인 정보를 이웃에 알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가격리 대상자, 가족 및 동거인 생활수칙을 보면 최대한 접촉하지 말고 불가피하게 접촉할 경우 마스크를 쓴 채 서로 2m 이상 거리 두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접촉하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거리두기와 생활수칙 지키기를 통해 격리자와 가족이 동거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4일 전북도 감염병관리팀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는 음성이 나왔고 환자도 아니다"면서 "이웃과 관련이 없는데 신상 정보를 알려 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전주시) 씨는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는 의심을 품는 것은 도를 넘는 공포이고 자칫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 방역 관계자는 "완주의 별장에서 격리중인 사람이 있지만 이웃간 불협화음이 보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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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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