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2020년 5월생, 출생부터 '재난지원' 차별

우울한 2020년 5월생, 출생부터 '재난지원' 차별

행정편의주의 vs 긴급지원목적… 추가지원 논의대상서도 빠져, 부모들 ‘한숨’

기사승인 2020-05-14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A(37·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출산교육은커녕 뱃속 아이를 위한 활동이나 물품구매에 애를 먹었다. 분만병원과 산후조리원 결정조차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최근 신경쓸거리가 하나 늘었다고 말했다. 고양시와 경기도, 정부의 코로나 관련 지원금 신청이 문제였다.

기초단체의 ‘위기극복지원금’과 광역단체의 ‘재난기본소득’,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A씨 부부의 경우 뱃속 태아를 제외한 가구 구성원이 없어 4월 1일 주민등록기준으로 고양시로부터 10만원을, 정부로부터는 4월 30일 기준 2인 가구로 간주돼 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신청일 기준으로 출산일 이후부터 지급기한인 7월 31일까지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할 경우 3인 가구로 계산돼 30만원을 받게 된다.

문제는 A씨 부부와 같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가구인수 계산이 달라지는 가구가 통계청 인구동향을 바탕으로 5월에만 2만 가구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만약 경기도와 같이 신청일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했다면, 신청기한인 7월 말까지 6만 가구 가량이 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5월 이전 출생아 가구와 차별 아닌 차별을 받게 되는 셈이다.

A씨는 “코로나 때문에 바깥출입은 엄두도 못내 출산교육이나 운동은커녕 호흡법이나 산전관리, 출산용품을 위한 정보도 맘카페 등 인터넷을 개인적으로 찾아다니며 알아봐야하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힘들고 비교 등을 통한 합리적 구매 보다는 안정적 구매를 하게 돼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긴 하겠지만 고양시와 경기도, 정부의 지급기준과 신청방법, 신청기간 등이 다 달라 하지 않아도 됐을 고민을 더 하게 된 것 같다”며 “긴급재난지원의 취지는 알지만 속 편하게 출산 후 신청마감에 임박해 일괄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한숨 쉬었다.

5월 말 출산을 앞둔 B씨(44·남)은 정부의 태아지급 제한문제를 차별의 문제로 인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5월에 태어나는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이냐”며 “기준을 정하며 사각지대나 피해를 보는 집단이 생길 수는 있다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더구나 경기도는 하는데 정부는 못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제한을 두고 정부는 시간상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태아는 국가통계에 잡히지 않아 임신확인서를 떼서 가져다주는 등 추후 보정이 돼야하는데다, 출생까지의 변수도 있어 대상에서 빠졌다”며 “다자녀 등도 초기에 고려가 됐지만 이를 산출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단기간에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제도 설계가 좀 더 세부적으로 됐겠지만, 긴급하게 나가다보니 최대한 단순히 해야 제도가 굴러갈 수 있다고 판단한 측면이 있다”며 “12일 사실혼 관계에 대한 지급기준 변경처럼 건의가 많고,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최대한 검토를 해서 국민들이 최대한 불편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행안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행정 편의적’이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물론 출생이 임박한 태아까지 고려하려면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아지고 복잡하다”면서도 “이미 경기도가 방법을 내놨고, 시행하고 있다”는 말로 정부의 태아지급제한은 행정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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