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코로나19 치료 데이터셋 공유에 58개국 1400명 연구자 ‘북적’

우리나라 코로나19 치료 데이터셋 공유에 58개국 1400명 연구자 ‘북적’

기사승인 2020-05-21 15:12:2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감염병 종식은 백신 개발에 달려있다.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갖게 된 인구가 전체의 과반에 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전 세계 정부가 임상 치료 정보와 통계를 공유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간부문에서도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공동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전념 중인 민·관·학 연구자들은 2020 바이오코리아에 참석,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과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우리는 언제쯤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백신은 출시까지 8~10년이 소요된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 11일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8건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이 개시됐으며, 102건의 개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박사는 “모더나에서 개발 중인 mRNA 백신이 지난 3월16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최초로 1상 임상시험에 진입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독성시험을 면제해주면서 개발 착수 2개월 만에 임상시험이 개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가장 단기간에 임상시험을 개시한 백신 사례는 지카바이러스 백신이었다. VRC는 지카바이러스 개발에 착수하고 6개월 뒤 1상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이 밖에 속도를 내고 있는 연구들은 이노비오 DNA백신 ▲큐어벡 mRAN백신 ▲퀸즈랜드 대학 분자클램프 기술 적용 백신 ▲옥스포드 대학 침펜치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 ▲노바백스 나노파티클 기술 적용 백신 등이다. 송 박사는 “국내에서도 기업과 연구소 최소 8곳에서 백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WHO의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연구도 다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연구는 옥스퍼드 대학의 침펜치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이다. 이 후보물질은 1회량(single dose)만으로도 높은 항체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저비용 대량생산 가능성도 높다. 연구진은 지난 2월 본격 개발에 착수했는데, 이달 800명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6월에는 510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송 박사는 “연구진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9월에 사용승인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며, 내년 초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의 노력이 신속히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양질의 코로나19 임상치료 데이터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전세계에 코로나19 연구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인프라 삼아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정보를 수집해 익명화·체계화를 거쳐 연구용 데이터셋으로 가공했다. 데이터셋에는 국내 코로나19 환자 7만여명의 치료 기록과 이들의 지난 5년간의 보건의료 기록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셋 공유 프로젝트에 등록한 연구자는 지난 8일 기준 58개국, 총 1400여명이다. 이들 대다수는 의과대학교나 의료기관 소속 연구진으로 확인됐다. 제약·바이오기업 소속 연구자들도 일부 포함됐다. 노연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연구부장은 “익명화 가공을 거쳤더라도 코로나19 환자 관련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라며 “공개·폐쇄 기준과 방법을 어떻게 설정할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픈소스 툴이 아닌, 폐쇄적 인트라넷을 사용해 데이터를 관리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데이터 업로드·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어떤 기술적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지, 관련 규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조속한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해외 다국적 기업 가운데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다각적 협력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적지 않다. 

머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두 가지 공동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레비프’의 성분 ‘인터페론베타-1a’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직까지 어떤 국가의 규제당국도 이 물질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제로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WHO는 레비프를 연구개발 블루프린트에 포함시켰다. 블루프리트는 WHO가 향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약품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잠재적 연구대상 성분 목록이다. 인터페론은 사이토카인의 일종으로, 바이러스 억제와 면역반응 조절 기능을 한다. 

회사는 지난 2월3일 WHO와, 3월8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와 각각 레비프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회사는 WHO와 연대시험, INSERM와 디스커버리 시험에 착수했다. 각 프로젝트에서는 ▲렘데시비르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인터페론베타 등의 바이러스 억제 물질 4가지가 연구됐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회사는 WHO에 29만개, INSERM에 1만개 등 총 30만개의 인터페론베타-1a를 기부했다. 

이브 베르클라즈 머크 부사장은 “협력 과정에서 회사는 주요 정보와 기밀이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 기관과 기밀누설방지서약을 체결했다”며 “회사 내부에 테스크포스를 구축해 두 기관과 신속·정확한 의사소통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레비프 연구 결과를 평가할 때는 회사 내·외부 데이터를 모두 활용했으며, 특히 안전성 관련 평가에서는 두 협력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입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신의 주요 구성물질을 제공하며 협력체를 구축한 기업도 있다. GSK는 회사의 면역 증강제를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에 제공 중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항원과 면역 증강제로 구성된다. 항원은 백신이 발휘하는 면역반응의 특수성을 결정하고, 면역 증강제는 항원에 의한 면역 증강 정도를 조절한다. 백신의 배합과 설계에 따라 접종 후 효과의 강도와 지속성이 달라진다. 회사는 60년간 백신 설계를 연구했으며, 최근 20년간은 면역 증강제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다. 현재 회사는 ‘AS01’, ‘AS03’, ‘AS04’ 등 3가지 면역 증강제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4월14일 사노피와 코로나19 백신 개발 협력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백신 개발 기술을 교류하며 면역 증강제 활용 백신을 개발 중이다. 백신 후보에 대한 임상시험 개시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GSK 측이 예상한 백신 출시 예정 시점은 2021 하반기다. 두 회사는 모두 글로벌 시장에 백신을 공급한 경력이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향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시 대량생산 인프라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백신의 저비용·대량공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회사는 ▲퀸즈랜드대학 ▲클로보 바이오파마슈티컬스 ▲이노벡스 등과 협력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비임상시험 단계의 백신 항원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각 기관이 필요로 하는 면역 증강제 AS03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백신 테스트에 참여한다.

브루스 먼겔 GSK Korea 백신메디컬 디렉터는 “자사는 백신 개발과 함께, 백신 출시 이후 필요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 방안도 모색 중”이라며 “전 세계 의료진과 연구진에 대한 지원은 물론, UN과 WHO의 코로나19 대응 기금에도 참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개발 주요 물질인 AS03의 단기수익은 팬데믹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지원금으로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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