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없는 ‘인간수업’, 참관할 준비 되셨나요 [넷플릭스 도장깨기⑳]

인정사정없는 ‘인간수업’, 참관할 준비 되셨나요 [넷플릭스 도장깨기⑳]

인정사정없는 ‘인간수업’, 참관할 준비 되셨나요 [넷플릭스 도장깨기⑳]

기사승인 2020-05-30 08: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선뜻 손이 가는 드라마는 아니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인간수업’은 벌써 올해 최고의 ‘문제적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거친 욕설을 모든 문장에 성실하게 집어넣어 대화하는 10대들의 모습이나, 주인공이 미성년자 조건 만남을 주선하는 포주라는 설정, 누구에게도 이입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캐릭터 구성 등 진입장벽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한 달째 ‘오늘 한국의 TOP 10’ 목록에 올라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이렇게 주목받은 건 넷플릭스 ‘킹덤’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청소년 주인공 작품은 충격적인 그들의 속사정에 주목했다. 말 잘 듣는 모범생의 비행과 거친 반항아의 순수한 모습 등 어른들이 잘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이어야 한다는 ‘리얼’한 세계를 구현해야 한다는 기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어른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던 드문 드라마였지만, 결국엔 어른의 과거 회상 형식으로 아름다운 기억을 그리는 데 집중해 아쉬움을 남겼다.

‘인간수업’은 10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기존 한국 드라마가 가본 적 없는 길을 걷는다. 불편한 현실에 놓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끝까지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른은 상징적인 형태로 ‘인간수업’에 존재하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주인공들은 그들을 어른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도움이 되지 않으면 타인을 존재감을 순식간에 지워버리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조금씩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타인과 부딪히고 죄의식과 죄책감, 윤리 의식을 피부로 배우는 10대들의 세계. ‘인간수업’은 내레이션 한 줄 없이 이 세계를 구현해낸다.

‘인간수업’이 그려내는 세계엔 기성세대들의 논리와 의식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법을 어기고 죄를 지어서라도 얻고 싶은 것을 얻는 건 그들에게 생존의 문제다. 언제든 밟고 있는 바닥이 무너져 끝도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걸 아는 10대들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인간수업’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죄를 옹호할 생각까진 없다. 이들의 범죄 행각에 이입할 수 없도록 시청자를 밀어낼 장치를 꾸준히 보여주며 거리감을 유지한다. 나중엔 이들의 성공과 행복을 기대하기보단 어떤 결말일지 궁금해지게 된다.

국내에 없었던 형식일 뿐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는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 드라마에선 이미 ‘인간수업’의 모티브처럼 보이는 청소년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왜 이런 드라마가 필요한지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선 ‘인간수업’이 이제야 넷플릭스에서 나온 걸까. 그리고 왜 의외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걸까. 그에 대한 답에 근접하고 싶다면 지금 ‘인간수업’을 참관해보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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