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징계로 촉발된 국회의원 권한 논쟁

금태섭 징계로 촉발된 국회의원 권한 논쟁

기사승인 2020-06-03 18:32:25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개혁’과 ‘변화’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는 21대 국회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기 전부터 각종 진통에 시달리는 분위기다. 심지어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헌법기관으로서의 권한마저 흔들리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지난달 25일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결정하면서부터다.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해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관련 법안에 ‘기권’표를 던진 것이 ‘해당행위’에 해당한다며 ‘경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지난 2일 재심을 청구하며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경고 유감’이란 제목으로 “예전에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쓰고 검찰총장의 발언을 들을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든다”며 “14년 만에 소속 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 처분을 받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탄했다.

이어 “국회법상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시민의 대표로서 정치인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국회의원의 독립적 의사결정의 권리를 강조했다.

나아가 “당론에 따르지 않은 사람은 징계를 하면서 민주공화국에서 권력기관보다 훨씬 중요한 선거제를 망가뜨린 일에 대해선 사과조차 없다”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민주당의 현실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동조 여론도 일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에 의하면 당원은 당론을 따르게 돼 있지만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자기 소신을 갖고 한 판단을 징계한다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금 의원은 이미 (총선 공천) 경선에서 탈락,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책임을 졌다. 그 이상 어떻게 책임을 지고 벌할 수 있느냐”고 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더불어공산당이냐’거나 ‘당론에 반한다고 징계하면 우리가 미래통합당과 다를 게 뭐가 있냐’는 등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심지어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해찬 대표의 논란확산을 의식한 자제당부에도 불구하고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의 재심 때 헌법적 차원의 깊은 숙의를 해달라”는 일침을 가했다.

이어 “국회법에는 의원은 소속 정당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돼 있고, 이는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상위 규범인 헌법 중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 수행을 한다는 조항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용진 의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이 대표는 강제당론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했지만, 강제당론과 권고당론은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조항은 아니다. 초선의원들 뇌리에 이 문제가 바글바글 끓고 있을 것이기에 이 문제를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해봐야 한다”며 금 전 의원의 징계는 불가피했다는 이해찬 대표 발언을 직접 문제삼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의 징계논란으로 촉발된 문제는 미래통합당으로도 확산됐다. 통합당이 3일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로 ‘법안 발의 전 관련 내용을 당 수석·전문·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하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냈다. 법안 접수에 앞서 당 사무처의 검토를 받으라는 사실상 지침이다.

이와 관련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접수 전에 제출 법안이 당의 정체성, 입장과 맞는지 검토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면서 좋은 법안이 있으면 당론으로 채택하고, 발의건수를 늘리기 위한 단순 용어변경이나 순화, 조문추가 등의 보여주기식 법안남발을 막자는 취지라는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이 같은 조치에 당 사무처와 보좌진의 협업으로 내실 있고 무게감 있는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의원 개인의 소신과 양심을 통제하는 사실상의 검열이라고 받아들이는 의견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한 보좌진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 당론과 맞는지 당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며 반발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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