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복습하기] “너, 나 모르니?”

[이효리 복습하기] “너, 나 모르니?”

[이효리 복습하기] “너, 나 모르니?”

기사승인 2020-06-06 08:30:00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예능인 이효리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거목은 떡잎부터 달랐다. 그룹 핑클이 공식 활동을 중단한 2002년, 이효리는 KBS2 ‘해피투게더’의 진행을 맡아 본격적인 예능 활동을 시작했다. 이효리는 이 방송에서 자신의 성격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시청자에 웃음을 안기고 예능 캐릭터를 만들었다. 녹화를 기다리다가 쟁반노래방스튜디오에 누워 잠들어 버리거나, 거침없이 할 말을 하는 이효리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예능인 이효리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는 ‘해피투게더’로 그해 ‘KBS 연예대상’ MC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공식적인 예능 출발선은 ‘해피투게더’로 봐도 좋겠지만, 이효리는 핑클 활동 시절부터 남다른 예능감을 자랑했다. SBS 예능 ‘좋은 친구들’ 출연 당시, 색깔을 대면 연상되는 것을 말하는 게임에서 ‘보라, 빨강, 보라’를 듣고 이효리가 내놓은 답은 “멍, 상처, 멍”이었다. 전형적이지 않은 대답에 당시 방송자막은 그를 ‘엽기적인 그녀’라고 지칭하지만, 돌이켜보면 예능 전설의 재치와 감각을 엿볼 수 있었던 순간이다.

지금까지 연예대상을 받은 여성 방송인은 몇 명일까.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이중 한 명이 2009년 유재석과 함께 ‘SBS 연예대상’서 대상을 받은 이효리다.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지만 출연진의 캐릭터를 활용한 시트콤 성격이 짙었던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효리는 자신이 다른 출연진과 호흡을 맞춰 웃음을 끌어내는 것에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방송인 유재석과 ‘국민남매’로 묶여 저녁밥 짓기부터 아침 미션까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상극 같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들의 조합은 MBC ‘무한도전’ tvN ‘일로 만난 사이’를 지나 MBC ‘놀면 뭐하니?’까지 이어졌다.

4년 만에 복귀한 예능에서 이효리가 보여준 것은 무엇일까. 2013년 결혼 후 방송 출연을 줄이고 제주도 생활에 주력했던 이효리는 2017년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으로 돌아와, 변함없는 화제성을 자랑했다. 형식이나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감각과 캐릭터를 내세워 프로그램을 채우는 이효리의 능력이 관찰 예능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이효리는 방송에서 그간 대중이 궁금해했던 제주도에서의 삶과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스타와 대중이라는 관계를 허물고, 민박집 주인과 손님이라는 장치를 만들어 대중과 가깝게 소통했다. 앞서 이효리는 Mnet ‘오프 더 레코드’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 뒤의 자신을 간간이 내보였다.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자신에게 쏟아진 악성 댓글을 읽는 이효리와 제주도에서 한층 편한 얼굴로 민박객을 맞는 이효리는 다르게 느껴진다. 이효리는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변화를 시청자에게 보여줬고, 시청자는 다시 한번 설득당했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여전히 연예인의 연예인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이효리의 매력이다. ‘효리네 민박’ 시즌1 방송 무렵 KBS2 ‘해피투게더’에 오랜만에 출연한 이효리는 “공백기간 동안 생활비를 어떻게 버느냐”고 묻는 개그맨 김수용의 질문에 “지금 저한테 생활비를 걱정하시는 것이냐”고 되묻고 “저 이효리다”라는 말을 덧붙여 상황을 끝낸다. 이것은 과거 ‘해피투게더’에 출연했을 때 “인사를 하지 않는 후배를 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혼내지는 않는다”면서도 내가 누군지 모르냐고 묻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던 것과 겹쳐 보인다. 세대와 관심사에 따라 기억하는 모습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우리는 모두 이효리를 알고 있다. 그는 20년 가까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동시에 그 변화를 이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다. 이런 존재감과 재능이 결코 흔하지 않다는 것을 이효리는 ‘놀면 뭐하니?’에서 만든 또 다른 이름 ‘린다지’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할 예정이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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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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