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 탓에 올해 봄은 꽃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도 주지 않고 지나간 느낌이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 의료진들의 노고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 덕분에 확진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필자가 진료하는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의 불안감이 더 높은 듯하다. 류마티스 질환이란, 관절과 관절 주변의 연골, 뼈, 근육, 인대 등에 병적인 상태가 발생하는 질환을 총칭한다. 자가면역에 의해 발병한다고 해서 ‘자가면역 질환’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자가면역이란 외부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인 반응을 유발해 거꾸로 우리 몸의 장기나 기관을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루푸스, 베체트병 등이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들이다.
이 같은 류마티스 질환 치료에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스테로이드제, 항류마티스제(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하는데, 이들 치료제들이 면역의 일부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치료를 지속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지지 않느냐는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면역 억제 치료를 한다고 해서 코로나19에 더 쉽게 감염된다는 근거는 없다. 따라서 환자들도 지나치게 불안감을 갖지 말고 널리 알려진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질환을 더 잘 관리하는데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더불어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이 일상생활과 질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코로나19 유행기 류마티스 질환 환자 건강 지침’을 마련했다. 해당 지침에는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예방 수칙 외에 간단한 생활 속 건강관리 실천 수칙도 담았다. ▲주기적인 실내 환기 ▲장기간의 실내 활동이 초래할 관절 기능과 근력 약화를 예방하기 위한 실내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 ▲채광이 잘 되는 실내 공간이나 베란다 등에서 일일 15분 이상 햇빛 쬐기 ▲직간접적인 흡연 피하기 등이 주요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번 건강 지침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치료의 유지’다. 앞서 설명했듯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면역 이상과 염증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약제들을 사용한다. 이러한 약제들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변경할 경우 갑작스러운 질환의 악화와 신체 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관절류마티스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재 꼭 해야 하고 필요한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에 맞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예방 수칙을 실천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현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치료를 유지하는 일이라는 것을 환자들이 꼭 기억해줬으면 한다.
- 박성환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