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신혜선 “극장에 붙은 ‘결백’ 포스터, 가슴 울렁거렸어요”

[쿠키인터뷰] 신혜선 “극장에 붙은 ‘결백’ 포스터, 가슴 울렁거렸어요”

신혜선 “극장에 붙은 ‘결백’ 포스터, 가슴 울렁거렸어요”

기사승인 2020-06-10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신혜선이 첫 영화 주연을 맡기까지 걸린 7년의 시간이다. 신혜선은 2013년 KBS 드라마 '학교2013'으로 데뷔한 이후 ‘그녀는 예뻤다’, ‘아이가 다섯’ 등을 조연을 거쳐 tvN ‘비밀의 숲’, KBS2 ’황금빛 내 인생’으로 드라마 주연 반열에 올라섰다. 영화 ‘검사외전’과 ‘하루’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지만 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탓에 영화 주연이 늦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혜선의 첫 주연이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계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인터뷰 취재진의 명함을 받은 후 자신의 명함을 나눠줬다. 극 중 역할인 안정인 변호사의 명함이었다. 신혜선은 감독님이 만들어줬다며 명함에 적힌 번호는 가짜라고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두 번이나 미뤄져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신혜선은 “어떤 반응이 나올지 무섭다”고 했다. 그 역시 ‘결백’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재미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전 이해하기 좀 어려웠어요. 이걸 내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정인의 감정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정인이가 집을 뛰쳐나와 성공한 건 이해하겠지만, 그 이후 집에 내려가서 엄마의 사건을 맡고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모습들이 텍스트로만 보기엔 크게 와 닿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촬영장에서 정인이의 마음이 이해가 갔고 나름대로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아버지가 대본을 읽으시고 재미있다고 하셨어요. 제가 했으면 좋겠다고, 이걸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신 게 출연 결정에 큰 도움이 됐어요.”

출연 결정을 내린 신혜선은 대본을 여러 번 반복해 읽기 시작했다. 두 번 읽었을 때 몰랐던 것들이 네 번째 읽을 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장면들도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신혜선은 끝내 찾지 못한 답을 현장에 도착해서 찾았다고 했다.

“사실 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느 순간 마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의 경우 아무리 대본을 봐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것들이 있었죠. 정인이가 보여주는 느낌이 예스(Yes)와 노(No)로 정확히 나뉜 감정들이 아니더라고요. 그런 느낌이 참 묘했어요. 처음에는 정인이가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명확하게 모르겠다고 느꼈지만, 나중엔 좋은 것 같기도 싫은 것 같기도 한 게 정인이의 마음인 것 같았어요. 세트장이나 촬영 현장의 느낌, 상대 배우의 에너지를 받았을 때 그걸 확 깨달을 때도 있었어요. 정인이가 보일 듯 말 듯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진실을 조금씩 추적해나가는 것처럼, 저도 촬영하면서 정인이를 조금씩 알아갔던 것 같아요.”

‘시청률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신혜선의 작품 고르는 눈은 인정받고 있다. 정작 신혜선은 스스로의 재미가 가장 중요한 작품 선택 이유라고 했다.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을 번갈아 고르는 것도 재미있기 위해서다. 그래야 자신의 열정을 불태워 작품에 임할 수 있다. 신혜선은 가장 재미있는 순간으로 처음 작품을 만나는 순간을 꼽았다.

“물론 촬영할 때도 재미있지만,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가 제일 재밌어요. 처음 대본을 받고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처음으로 읽어봤을 때 정말 떨리거든요. 이 캐릭터를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설레죠. 그래서 한 번에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앉은 자리에서 네 번씩 읽으면서 캐릭터를 잡아본 경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진짜 그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서 대본 리딩 일정과 촬영 일정이 잡히면 지옥 같아요.”

신혜선은 ‘결백’의 매력으로 대비되는 설정과 이미지를 꼽았다. 평범한 시골 마을 장면과 세련된 모습으로 변호를 하는 법정 장면이 교차하는 첫 장면이 대표적이다. 엄마와 딸인 화자(배종옥)와 정인의 만남도 대조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박상현 감독의 촬영 기법과 미장센으로 대비된 감정들이 연결되는 지점도 눈 여겨봐달라고 했다. 자신의 첫 주연작인 만큼 소중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제가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처음이니까 저에겐 정말 소중한 영화에요. 그래도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이 텅 빈 영화라고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재미를 떠나서 알맹이는 있는 영화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신 분들이 결말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깃거리가 됐으면 싶기도 하고요. 제 얼굴이 크게 담긴 ‘결백’ 포스터를 보고 가슴이 울렁거린 적도 있어요. 영화관에도, 버스에도 붙어있더라고요. 감회가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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