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규정, 책임은 투자자가…한국거래소, 투자자 보호 뒷전?

불리한 규정, 책임은 투자자가…한국거래소, 투자자 보호 뒷전?

기사승인 2020-06-11 06:25:00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신라젠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부실화 위험성과 현저한 공모가 부진이 문제로 제기된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이나 대안을 내놓지 않아 투자자보호 책무를 소홀이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성장 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21곳으로 제도 도입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는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지난 2005년 3월 도입됐다. 상장에 필요한 실적과 자본력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기술평가를 통해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다만 점차 급증하는 기술특례 상장사들의 현저한 공모가 하회 문제가 수년째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기술특례 기업의 대다수가 공모가를 밑돌거나, 간신히 유지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이에 대한 유의미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부진한 것은 상장 이후의 문제로, 책임은 주관사와 투자자들의 판단 몫이라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지면 거래소가 내놓는 대책은 계속 주관사 관련 책임을 강화하는 쪽이다. 외부로 떠미는 것 아닌가.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되려면 사실상 현행 상장 및 상장폐지 구조를 제대로 손봐야 하지 않겠나”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에 부실하다고 비판을 받아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독점구조의 탓도 있다”고 말했다.

 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부진은 ‘나쁜 선례’로 남는다. 향후 해당 제도를 이용해 상장 문턱을 넘는 기업들의 신뢰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기업가치를 하향조정 받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상장제도를 보다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이를 방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현행 상장제도는 납입 후 상장 규정을 따른다. 청약 납입이 이뤄진 후에 실제 상장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이 기간 동안 가격변동의 위험성을 투자자들이 질 수밖에 없다. 가격변동의 위험성이 투자자에게 전이되는 구조다. 

 인수인(상장 주관사)의 역할이 납입이 이뤄지고 나서 수수료를 받고 나면 사실상 끝난다는 점도 문제다. 인수회사들이 공모가의 적정성 여부에 크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등이 상장 이후 공모가 부진에도 영향이 없지 않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에서 적정한 가격 조정 기능을 위해 납입 전 상장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다.

 또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부실화 문제에 대한 비판도 높다. 완화된 상장 제도를 통해 입성한 기업들에 대한 거래소의 심사 적합성과 사후 모니터링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상폐 기로에 놓여있는 신라젠은 지난 2016년 기술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신라젠은 거래소의 기술평가를 AA등급으로 통과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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