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 내실화 방안, 동상이몽?

국내 제약산업 내실화 방안, 동상이몽?

제네릭 약가 인하·일반의약품 유통 경로 확대, 효과와 리스크 모두 있어

기사승인 2020-06-12 00:02: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네릭 약품 가격을 인하하고, 일반의약품 유통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더미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에는 국내 제약산업의 내실화를 위해 영세 제약사가 난립한 시장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내용이 포함돼 있다. 참고로 더미래연구소는 지난 2015년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모여 설립한 정책 연구 조직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제약산업 내실화 방안은 ▲제네릭 약가 인하 ▲의약품유통구조 개혁 ▲일반의약품 유통 다변화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등이다. 연구진은 국내 제네릭 가격이 해외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한다. 제네릭의 가격을 1로 가정하면 OECD 평균 가격은 0.67인데, 국내 제네릭 가격은 1.56으로, 멕시코(2.25), 칠레(1.96), 스위스(1.69)에 이어 OECD에서 4번째로 높다는 것. 

이에 따라 국내 제약시장에서는 연구·개발 활동 없이 제네릭 약품을 소규모로 생산·판매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이윤이 보장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제네릭 가격을 대폭 낮춘다면 제네릭 중심·영업 의존적 영세 제약사들에 대한 전반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보고서에는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취지는 의약품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음성적 거래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제약사와 요양기관의 거래를 중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약제비 대금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거치도록 하면 거래와 관련된 사항들이 전자문서로 남는다. 의약품 고시가와 실거래가의 차이를 줄여 리베이트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와 사후관리체계가 리베이트 행태를 원천 차단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더욱 강력한 비리 근절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국으로 집중된 일반의약품 유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 편의를 증진하고, 시장 원리를 작동시켜 약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안전상비약 지정 품목 수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국 외 일반의약품 판매처 역시 현행 편의점을 비롯한 일부 소매업종에서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는 일반의약품이 다양한 소매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활성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의사가 의약품을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약사가 동일 성분 가운데 가격이 낮은 약으로 대체조제를 하도록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체조제는 의사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되기 때문에 대체조제율이 0.2% 수준이다. 연구진은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를 통해 약제비 지출을 효율화 하고,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대한 수요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미래연구소의 제안에 대해 약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업계 현장에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국내 제약기업들은 제네릭 약가의 급격한 인하가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제약산업의 전반적인 패턴을 보면, 매출의 상당부분이 제네릭에서 창출되고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 구조에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제네릭 약가에 대한 급격한 제도 변화가 이뤄질 시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즉, 정부가 독려하고자 했던 연구·개발 활동에 재투자할 돈이 없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에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유통 경로를 다양화해 가격 경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곧 사람들에게 약을 권하겠다는 의미 아니냐”며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라고 해서 복약지도가 필요 없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약국 현장에서 대체조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체조제를 하려면 약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동의를 구해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대한 구체적 인프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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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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