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적금도 ‘노동’ 차별...대기업·중기 따라 달라지는 금리

은행 적금도 ‘노동’ 차별...대기업·중기 따라 달라지는 금리

기사승인 2020-06-13 05:00:00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얼마전 회사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은행 직원의 방문을 받았다. 우리은행 직원은 저금리 시대에 A씨가 다니는 회사 직원들에게만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며 적금 가입을 권유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제시한 금리는 기본금리 2.0%에 우대금리 1.5%를 더해 총 3.5%에 달했다. 마침 적금 가입을 위해 금리를 비교해 보던 A씨는 금리가 괜찮다는 생각에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

흔히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 아니면 한국전력공사나 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을 추천한다. 이는 영세기업과 대기업간에 급여, 복지는 물론 사회적 인식에 큰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적금 상품의 금리 역시 영세기업과 대기업간 차별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5월 28일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는 일제히 인하했다. 가장 먼저 국민은행이 6월 2일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8%p 내렸고, 12일에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최대 0.4%p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은행들이 수신상품 금리를 내리면서 예·적금 상품의 이자를 0.1% 포인트라도 더 챙기기 위해 여러 금융사를 오가는 ‘금리 노마드족’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에게는 A씨의 사례와 같이 은행이 ‘우대 금리’ 라는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다니는 회사따라 달라지는 적금 금리”

A씨가 가입한 상품은 ‘우리 (업체명 임직원) 적금’이다. 근무하는 회사가 삼성이라면 ‘우리 삼성 적금’, LG라면 ‘우리 LG 적금’이 된다. 해당 상품은 기본금리가 2.0%에서 시작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이후 아직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여타 은행보다 금리가 조금 더 높다.

우리은행 적금 상품 가운데 기본금리가 2.0% 시작하는 상품은 ‘우리 (업체명 임직원) 적금’을 제외할 경우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는 ‘WON 적금’이 유일하다. 다만 ‘우리 (업체명 임직원) 적금’이 간단한 조건으로 최대 3.5%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WON 적금’의 최대 금리는 2.20%에 불과하다.

A씨가 ‘우리 (업체명 임직원) 적금’에 가입하면서 받은 우대금리 조건도 간단하다. 최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급여이체와 월 10만원의 카드이용 실적, 그리고 30명 이상이 함께 가입하면 된다. 

KB국민은행에도 이와 유사한 상품이 있다. ‘KB국민프리미엄적금’은 병역명문가나 단체가입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다. KB국민은행은 병역명문가를 단체가입과 동일한 우대금리 조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해당 상품도 일반 적금 상품보다 조건이 유리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적금(1~2년)은 기본금리가 0.95%에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1.85%까지 금리가 적용된다. 직장인우대적금이 2년을 다 채울 경우 최대 1.65%인 점과 비교하면 최대 금리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그나마 KB국민은행의 경우 여타 상품 가운데 프리미엄 적금과 같이 0.95%~1.85%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이 존재한다. 다만 단체 가입만으로 0.60%의 우대금리를 주는 것과 달리 친구를 상품에 가입시키거나 특정 상품 가입, 환전 실적 등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단체가입은 국민은행에서 선정한 우대대상 업체 직원으로 대상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대출도 아닌데 금리 차별, 사회적 차별 유발”

은행들은 기업과 단체가입 유무에 따라 적금금리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거래 실적이 많은 기업과 장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위해 어드벤티지를 준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거래실적이 많고 단체 가입이 가능한 곳에 어드벤티즈를 주는 것은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영업 활동”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마트에서 물건을 많이 사면 할인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게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상품을 통하면 단체가입과 유사한 수준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우대금리를 주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0.1%의 금리를 더 받기 위해 금융사를 옮겨 다니는 이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일자리에 따라 금리를 더 주거나 우대금리를 좀 더 주는 행위는 형평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영세기업이나 소기업에 다니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장애로 능력이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을 고려할 때 사회적 차별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여기에 이러한 적금 상품이 모든 은행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기업과 단체에 따라 주는 우대금리는 없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은 회수를 고려했을 때 직장을 볼 수 있겠지만 적금은 회수에 대한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금리에 차별을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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