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처럼"....한약도 인정해달라?

"코로나19 치료제처럼"....한약도 인정해달라?

'사회적 요구'로 건보 적용....안전성·유효성 원칙 흔들리나

기사승인 2020-06-13 04: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정부가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과 유효성'이라는 건강보험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의계가 코로나19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특례허가)과 첩약 급여화를 같은 선상에 두고 '사회적 요구'를 급여화 판단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지난 10일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에서 첩약 급여화를 촉구하며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없었지만 사회적 요구에 의해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긴급사용승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첩약 급여화 판단 기준도 국민이 원하는지, 결정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돼야 한다. 직역간 이해갈등이 (판단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 허가한 것을 '사회적 요구'에 응한 사례로 보고 한방 첩약 급여화와 비교한 것이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돼던 렘데시비르에 대해 특례허가를 내고 수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게 되는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치료 비용은 전액 건강보험과 국가부담금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최 회장의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엉뚱한 비교'라며 반박했다. 세계적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쓰이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긴급 사용과 월경통, 안면마비 등 경증 질환에 적용하는 한방 첩약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앞서 한의계는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에  한의학을 적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코로나19 사태는 전시에 준하는 긴급한 감염병 사태다. 안전성와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한 것"이라며 "이런 사례를 첩약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 대부분 한방의 첩약은 대부분 경증 질환에 대한 약들이다. 코로나19와 비견할만한 응급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19에 전통의학적 치료를 적용하자는 것 또한 낭설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건강보험 급여화 판단 기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아닌 '사회적 요구'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이사는 "건강보험 급여화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효과 등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해야한다.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에 직결되거나 더 영향을 미치는 필수의료와 공공의료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요구도 중요하겠지만 그 또한 우선순위를 따져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약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을 먼저 입증해야 하고, 그 다음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강화정책이 선거 공약이나 국민적 요구 수용에 집중되면 정작 의료현장에서 생사를 오가는 중증 환자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에서의 렘데시비르와 같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사회적 요구가 있는 치료제의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아아 한다는 것이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렘데시비르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집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기준에 맞지 않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원칙과 재정건전성을 고려한다면 효과가 불확실한 약은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이 아닌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요구가 있는 이같은 치료비 부담을 위한 건강보험 외의 별도의 재정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