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회의원 임금논란이 좀체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자 ‘일하는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이 만족할 만큼 일하는 국회를 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은 16일 현재 1호 당론인 ‘일하는 국회’ 실현을 위한 일명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 내부논의를 마무리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내 당내 의견수렴을 마친 개정안이 공개될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정리된 법안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추진단 소속 의원들이 가장 우선시 한 내용은 원내야당인 미래통합당과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권한축소 및 개편이다.
법사위가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인 체계·자구심사권을 국회의장 산하에 신설되는 별도기구로 넘기고, 법사위는 비상설 특위로 운영됐던 ‘윤리위원회’와 합쳐 ‘윤리사법위원회’로 재편하자는 내용이다.
둘째는 9월부터 100일 동안 열리는 정기국회와 그 이전의 짝수달인 2·4·6·8월에만 임시국회를 열도록 하고 있는 현행 국회법을 개정해 임시국회를 매달 1일 무조건 열도록 했다. 여·야 교섭단체 협의로 결정했던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일정도 본회의는 월 2회 둘째·넷째 목요일 오후 2시, 상임위는 주2회 월요일과 화요일 오전 10시에 여는 것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신속한 법안심사를 위해 ‘법안소위’를 복수로 운영하고, 상임위 법안의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관행을 탈피해 표결 시 재적위원 과반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통과시킬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처리는 여·야 합의가 아닌 우선 발의된 법안부터 처리하는 ‘선입선출’ 원칙도 도입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출결현황을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결석 횟수가 일정 수준에 이를 경우 국회의장이 주의나 경고조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조항도 추가했다. 하지만 당초 민주당이 ‘정치개혁 부문 총선공약’으로 지난 2월 17일 발표한 불출석 의원에 대한 세비삭감 등 처벌규정을 두기로 했던 내용은 논의과정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 추진단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회의 출석으로 판단하고, 세비를 삭감하는 등의 처벌조항을 두는 것은 국민의 국회에 대한 혐오에 편승하는 방식이란 의견이 많았다. 더구나 4년마다 선거라는 엄정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상임위 출결현황을 공개하고 주의나 경고조치를 받는 것이 오히려 세비삭감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데 뜻이 모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약 뒤집기’이자 ‘자기합리화’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대 국회는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4월 23일과 24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을 통해 ‘신뢰받는 국회, 일하는 국회’ 실현방안을 만18세 이상 성인 1500명에게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1위가 ‘회의 불출석의원 징계강화(31.2%)’였다.
이어 ‘쪽지예산 근절로 예산심의 투명성 강화(15.8%)’, ‘국회 상시운영 및 상설소위 설치의무화(11.6%)’, ‘윤리특위 상설화 및 권한강화(7.2%)’, ‘의장의 질서유지권 강화(6.8%)’,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제도 폐지(6.0%)’ 순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국민들의 31.2%가 원했던 사항이 아닌 6%의 바람을 가장 우선해 고려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정치평론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일하는 국회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국회의원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야하는 등 의정활동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도 기준이 없어 세비가 계속 지급돼야하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일하는 국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따를 처벌규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준이 불분명해 탈법에 준하는 권력을 누려왔다는 오해를 받는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엄격한 잣대를 세워 자신들에게 적용해야 불신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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