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활기에도 의료관광 사업 규모는 축소 중

‘K방역’ 활기에도 의료관광 사업 규모는 축소 중

외국인환자 늘며 사업 확대했지만 코로나19로 업무 크게 줄어

기사승인 2020-06-19 03: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와 K-방역의 영향으로 국내 보건산업 분야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의료기관 내 외국인환자 유치부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의료관광을 오는 환자가 ‘0명’에 가까울 정도로 급감하면서 각 병원들이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의료관광 산업이 크게 성장하며 사업을 확대해 온 의료기관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의료법(제27조의2) 개정을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가 허용된 이후 국내 의료기관을 찾는 외국인환자는 2009년 6만201명에서 2018년 37만8967명으로 늘었다.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은 연평균 22.7%의 높은 증가율로 성장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외래관광객 연평균 증가율인 8.5%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

외국인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의료기관들의 외국인환자 진료수입도 증가해 2009~2017년 누적 진료수입은 약 3조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외국인환자 수는 2009년 대비 2016년 약 6배로 증가한데 반해, 외국인환자 진료수입은 2016년 최대금액인 8606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약 16배 증가했다.

국내 의료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외국인환자 유치산업에 뛰어든 의료기관도 늘었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기준 외국인환자 유치사업 등록 국내 의료기관은 1958개소다. 개원가는 성형·피부과를 중심으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건강검진과 암 등 중증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시켰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해외환자 유치 담당 부서는 사실상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가 됐고, 의료기관의 진료 수익마저 크게 감소하면서 해당 부서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들은 인력 감축에 나섰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관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면서 사업 규모를 키웠지만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병원 지출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다”면서 “수익도 줄고 있어 계약직 등 내보낼 수 있는 인력들은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웨비나 개최, 화상상담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한 성형외과의원 관계자는 “외국인환자가 거의 0명 수준이라 해당 부서 직원들은 일을 못하고 있다. 무급휴가를 주거나 발열체크 등 부서와 관련 없는 병원 업무를 지시한 상황”이라면서 “일각에서 성형외과, 피부과는 코로나19 타격이 적었다고 말하지만 주변에 폐업한 곳이 정말 많다. 특히 외국인환자 시술을 중점적으로 해 온 개원가들은 국내 환자 비율이 작아 병원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를 대비해 산업 피해복구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역량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행신 외국인환자유치단장은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어렵겠지만 대신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료의 위상이 높아졌고, 이를 마케팅 등에 잘 활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황정민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보건산업브리프 Vol.304를 발간하고 ‘주요 유치국별 외국인환자 진료수입 확대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황 연구원은 “중앙아시아 지역은 러시아를 제외하고 40세 이상 외국인환자 비중 증가율이 인구 비중 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어 향후 40세 이상 외국인환자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환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40세 이상 환자들이 국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의 만족도 결과를 세부항목별로 분석하고 개선해, 40세 이상 환자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주지역은 현지 의료와 비교해 한국 의료서비스가 가지는 강점을 발굴해 차별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4개국은 전체 외국인환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큰 그룹인 동시에, 젊은 환자 중심으로 의료관광 시장이 형성된 그룹이다. 현 시점에서 진료수입을 고려하면 중국은 40세 미만 환자 비중을, 그 외 지역은 40세 이상 환자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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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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