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에 부탁해] 아동학대 해결 위한 숙제들 수두룩

[21대에 부탁해] 아동학대 해결 위한 숙제들 수두룩

⑤징계권·신고의무자·형량 등 다방면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0-06-23 03: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20대 국회는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두 위원회의 공동 소관인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복지위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금이 갔다. 여가위는 구성이 완료되지도 않았다. 21대 국회는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지켜줄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동학대 대책 마련을 재촉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사회가 정지된 기간 아동학대 위험이 증가했다는 우려를 발표했다. 지난 6개월간 전 세계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강제적으로 집 안에만 머물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아동 보호 서비스를 비롯한 사회적 지원 시설도 운영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들이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것이 WHO의 분석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교가 미뤄지고, 사교육기관 운영이 제한되면서 아동·청소년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오프라인 개학 이후에도 등교 일수는 주 1~2회로 제한돼, 아동·청소년들은 여전히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고 있다.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대면조사와 가정방문도 쉽지 않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천안·창녕 등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알려지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지난 국회가 아동학대 관련 논의에서 다뤘던 쟁점은 ▲징계권 ▲신고의무자 ▲형량 등 3가지였다. 21대 국회는 현행법에 규정된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고, 대체 개념을 도입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민법 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지난 1960년부터 60년간 유지되고 있다. 이에 부모의 물리적 체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대착오적 조항이라는 비판이 꾸준했다.

지난해 5월 복지부와 여가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포용국가 아동정책(2019)’을 발표하고 징계권 손질에 돌입했다. 권위적 표현인 징계권을 다른 용어로 변경하고,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한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20대 국회에서는 결론을 짓지 못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적극 신고를 독려할 수단도 고민해야 한다. 현행법은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유리한 직종 종사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이에 따라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아동복지전담 공무원 ▲의료인 ▲교직원 ▲학원 강사 등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도 의무로 이수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의무자의 신고 비율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자 가운데 신고의무자는 27.3%, 비신고의무자는 72.7%였다. 

가해자에게 주어지는 형량과 처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처벌이 내려진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아동학대중상해죄의 형량은 3년 이상 징역이다. 법률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양형기준은 이와 다르다.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기본 4~7년으로 설정됐다. 감경 요소가 있다면 2년6월~5년, 가중요소가 있다면 6년~10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아동학대중상해죄의 경우 기본 2년6월~5년, 감경 1년6월~3년, 가중 4년~8년이다.

현재 징계권 삭제 논의는 법무부가 추진력을 유지하고 있다.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 4월 민법에서 징계권을 ‘훈육’으로 대체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지난 10일 법제개선위원회는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 개정시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고의무자와 형량 관련 법률 개선도 시동은 걸렸다. 지난 11일 정춘숙 의원이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면서다. 개정안은 아동학대치사 범죄의 기본 형량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이고, 아동학대중상해죄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인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기존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가중처벌’로 변경해 신고의무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명시한다는 취지도 담겼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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