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출마한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직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입후보하는 것으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정부, 범부처TF 구성…유 본부장 입후보 활동 적극 지원
이날 정부는 최근 보호무역조치 확산과 다자체제 위상 약화로 어려움에 처한 국제공조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며, WTO 중심의 안정적 국제교역질서를 기반으로 성장한 통상선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우리 측 인사의 입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로베르토 아제베도 현 WTO 사무총장은 임기만료 1년을 앞둔 오는 8월31일에 조기 사임할 예정이다. WTO 사무총장의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산업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 본부장은 지난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현직 통상장관으로 차기 WTO 사무총장에 적합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늘(24일)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사무국에 유 본부장의 입후보를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후보등록 → 선거운동 → 회원국 협의’ 순으로 진행된다. 회원국과의 협의(consultation)를 통해 지지도가 낮은(컨센서스 가능성이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키는 절차를 반복, 최종 단일 후보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산업부는 오는 7월8일까지인 후보자 등록기간 이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WTO 사무국은 사무총장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WTO 사무총정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은 3개월, 회원국 협의는 2개월 소요되는 것이 원칙이나, 사무총장직에 공백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단축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오늘까지 유 본부장을 제외한 나이지리아, 이집트, 멕시코, 몰도바 등 총 4개국 후보자가 입후보한 상황이며, 등록마감일인 7월8일까지 추가 후보 등록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TF를 구성해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입후보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유명희 본부장 “WTO 교역질서‧국제공조체제를 복원‧발전에 힘쓸 것”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 오전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입후보’ 입장 발표를 통해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WTO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 발전시키는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 도전 이유에 대해 ‘국익 제고와 국제사회 기여’, ‘21세기 통상환경 개편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온 통상선도국으로 지금 위기에 처해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며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995년 11월 세계무역기구 설립 후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과 같은 21세기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에 더해 상소기구 운영 중지에 따른 분쟁해결 기능 상실, 보호무역주의 심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위기 상황 등을 언급했다.
따라서 유 본부장은 “대한민국은 WTO 체제로 구축된 통상규범과 교역질서 속에서 자유로운 무역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다. 전 세계 GDP의 78%에 달하는 FTA 네트워크를 확보하면서 통상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며 “이러한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WTO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 발전시키는데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처한 WTO와 회원국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대한민국이 연대와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은 무역을 통한 성장 경험과 비전, 다수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상대국가들과 신뢰를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바로 이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 도전과 관련 그 동안 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WTO 개혁과 복원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개인적인 포부를 밝혔다.
유 본부장은 “그간 협상가로서 여러 국가들을 상대하면서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왔고, 국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또한 통상장관으로서 조직을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전략적 접근과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정립됐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어 유 본부장은 “현재 WTO는 통상 전문가이자 이해 조정자를 필요로 한다”며 “공직을 통해 습득한 모든 역량과 경험을 다해 WTO 회원국들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WTO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도록 기여겠다”가 강조했다.
국제공조 복원과 다자무역체제 기능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유 본부장은 ▲협상 기능 복원과 WTO 협정 업그레이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국제기구화 등을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합의 길로 들어선다”면서 대한민국과 유 본부장 본인이 WTO 다자간 교역체제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WTO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충분한 기여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명희 본부장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통상산업부 WTO과 사무관, 외교통상부 FTA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외신대변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본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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