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국회에 호소했지만, 20대 ‘외면’… 21대는?

“살려달라” 국회에 호소했지만, 20대 ‘외면’… 21대는?

20대 청원처리율, 반올림해 2%… 국민동의청원 제도개편 ‘절실’

기사승인 2020-06-25 05: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 A씨는 지난 1월 생계를 책임지던 남편이 사망한 후 9살 된 딸아이와 둘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까지 겹쳐 살길이 막막해졌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로 인해 직장을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마저 거절당했다. 남편 명의 자동차가 문제였다.

A씨는 “아이가 수박을 참 좋아하는데 만원이 넘는 가격을 보고 차마 사줄 수가 없었다. 아직 맛이 안 들었다는 핑계를 댔다”며 “개학하면 어떤 일이라도 할 테니 자리 잡기까지 몇 달만이라도 버틸 수 있게 지원조건을 조금만 완화해 달라”고 지난 5월 국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국회도 응답할 수 없었다. A씨에게 국민동의 10만명의 벽은 너무 높았던 듯하다.

지난 20대 국회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1월 문을 연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접수된 100건의 청원글 중 한 사연이다. 해당 청원은 700명의 동의를 얻어 ‘국민 10만명의 동의’라는 청원성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조차 받지 못했다. 그리고 A씨와 같은 안타까운, 혹은 사회적 공분을 살 사연들 대부분이 그저 묻혔다.

문제는 10만명의 벽을 넘어도 청원이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 아이돌 걸그룹 출신으로 불법촬영물에 의한 피해를 당했던 고(故) 구하라 양의 모친이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상태에서 유산상속의 권리를 주장한 사건으로 불거진 ‘상속권자의 부양기여도 반영방식 개편’을 위한 민법 개정안도 국회의 임기만료로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촉발된 일명 ‘N번방 방지법’의 일환으로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해달라”며 접수된 3번째 N번방 관련 국민동의청원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렇게 폐기된 국민동의청원이 7건 중 5건이다. 처리된 법안도 ‘졸속’ 논란에 휩싸였던 N번방 관련 앞선 국민동의청원 2건이 전부다.

이외에 국회의원을 어렵게 설득해 이름을 빌려 접수된 ‘의원청원’ 200건 중 처리된 법안은 4건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34%를 넘는 상황에서 청원처리율은 1.9%에 그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정계인사는 “눈물과 한탄을 자아낸 수많은 사연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며 “국회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청원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민동의청원이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국회법과 청원법, 국회청원심사규칙 등의 개정이 필요해 결국 국회가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인사는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도 다 처리 못하는 국회가 여론의 지원이 줄어든 국민동의청원에 적극적 일리 만무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실제 2017년 이주영 미래통합당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만료 후에도 청원은 차기국회로 계속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법안 역시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며 같이 폐기되고 말았다. 

이에 국회사무처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심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고, 청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동의 수를 낮추거나 기간을 30일에서 늘리는 등의 요건완화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결국 청원의 임기만료폐기나 성립요건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규정을 개정해야해 국회 운영위원회 등에서 국회의원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임기가 시작돼 20여일이 지난 21대 국회 국민동의청원게시판에는 현재 14건의 개선요구가 올라와있다. 이 가운데는 ▲현충원 내 친일파 요지 이장 ▲군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투명성 확보 ▲적극적 안락사의 허용 ▲‘배드파더’ 논란으로 불거진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처벌강화 ▲국가유공자의 실질적 보상을 위한 권리발생시기 조정 등도 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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