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투표 왜 하냐” 대학가 총장선임 두고 잡음 지속

“이럴 거면 투표 왜 하냐” 대학가 총장선임 두고 잡음 지속

기사승인 2020-06-25 06:15:00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총장 선임을 두고 대학가에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1위 후보로 추천된 총장 후보 대신 후순위 후보가 선임됐다. 대학 구성원들은 명확한 이유 없이 후순위 후보를 선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국대 재학생들은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장 선임 취소와 법인 개입 의혹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총선위)에서 1순위로 뽑힌 교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은 본인들이 원하는 교수를 선출했다”며 “현행 총장 선출 제도는 부당하다. 학교 측에 민주적 총장 직선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건국대는 총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총선위를 구성했다.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회 대표, 사회지도층 인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총장 후보자의 소견 발표회 등을 들은 후 투표를 통해 9명의 후보자 중 상위 3명을 선출했다. 

총선위 투표에서는 김성민 철학과 교수가 2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전영재 화학과 교수 18표, 박성열 교육공학과 교수 14표로 그 뒤를 이었다. 이사회는 이 중 2순위였던 전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민주동문회, 재학생 등은 총장 선거 과정에서 1순위 후보가 배제된 이유와 선출 과정에 법인이 특정 후보 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다만 학교 측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총장 선임 논란을 덮으려 ‘등록금 환불’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건국대 측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1학기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보완책 내놨다. 다음 학기 등록 시 장학금 형식으로 감면해주기로 한 것이다. 

건국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황진서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등에서 등록금 환불이 총장 선임 논란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건국대 구성원의 총의가 무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건 정의당 건국대 학생위원장도 “총학생회에서도 비민주적인 총장 선거 과정을 비판했으나 등록금 환불 합의 이후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다. 인천대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달 학생 1708명, 교수 490명, 교직원 360명의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선출했다. 최계운 명예교수가 1위, 박인호 명예교수가 2위, 이찬근 무역학부 교수가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3순위인 이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인천대 총학생회와 총동문회, 노조 등 대학구성원은 1순위·2순위를 제치고 3순위를 선임한 것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선임에서 탈락한 최 교수도 지난 9일 인천지방법원에 총장 선출 결의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이사회에서는 총장 선임은 본인들의 권한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모든 구성원이 표를 행사해 나온 결과인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총장 선출은 해당 대학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른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교수·교직원 등의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 직선제가 대학가에 도입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 국·공립대에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도록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지됐다. 다수의 대학에서 후보자를 선정,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회귀했다. 지난 2015년 8월에는 고(故) 고현철 부산대학교 교수가 이에 반발, 총장 직선제 수호를 유언으로 남기며 옥상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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