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정말 청년들의 일자리 사다리를 걷어찼나

비정규직은 정말 청년들의 일자리 사다리를 걷어찼나

기사승인 2020-06-26 06:20:00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같은 사람이고 싶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지만 동시에 정규직 전환은 평등하지 않다고 말하는 시대. 이 아이러니한 세상에 비정규직 노동자 900만명이 서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직원 1900여명을 직접고용하기로 발표한 뒤 비정규직자에게 ‘로또취업’이라는 꼬리표가 새롭게 붙기 시작했다. 정규직 사원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미생’의 장그래처럼, 같은 사람이길 꿈꾸는 이들의 소망은 정말 과분하고 헛된 것일까. 

이번 공항공사의 결정에 반대하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멈춰달라’고 호소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4일 청원이 게재된 뒤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공항공사를)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며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한국철도공사에서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사무영업 선발 규모가 줄었다”며 “이것은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을 안겨 준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진정이 제기됐다. 구본환 공항공사 사장을 상대로 25일 진정을 제기한 한 단체는 “이번 직접 고용 결정은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2017년 5월 이후 입사해 공개경쟁 채용을 거쳐야 하는 보안 검색 직원에 대해 고용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면서 “인권위가 조사를 거쳐 차별행위가 인정된다면 공사에 구제조치 이행과 정책 시정 등을 권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공항노조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습적 발표로 자회사 노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 노동자도 고용 불안에 다시 떨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채용 기회가 줄어들까 동요하고 있다. 평등·공정·정의의 모든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될 보안검색 직원 1900여명은 정말 ‘일자리 사다리’를 박탈하고 수십만 청년의 노력을 훔쳤을까. 정부는 이들의 고용이 정규직 직원의 자리를 뺏는 조치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따르면 일단 비정규직 보안검색직원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 또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중에서도 공개절차에 따라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보안요원은 정규직과는 직군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직군, 별도의 임금체계 하에서 운영된다. 결국에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일자리라면 정규직으로 안정된 일자리로 만들고, 처우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향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조언과도 맞닿아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항공사는 노동자 대표단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그동안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왔다.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는 것일 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처럼 비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로또취업 등의 타이틀을 달아 비정규직을 비하하는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가 빚어 놓은 비정규직의 불평등의 문제를 가속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역시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한 시간이 오래됐고 이것이 계급처럼 굳어져 마치 다른 종의 인간을 지칭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면서 “이러한 사고들이 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비난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비정규직이 국가경제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건 이미 연구 등을 통해 증명된 기정사실”이라며 “비정규직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국가경제 성장의 저해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인간적인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휴머니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