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과 고려대 이한승 경제학과 교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을 권고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온라인과 언론을 오가며 비대면 시간차 ‘설전’을 주고받았다. 급기야 논쟁은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앞서 문제의 발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사업부 상무를 역임한 양 의원이 지난 21일 한 언론을 통해 밝힌 이재용 부회장 관련 수사 및 재판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다. 양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사법당국이) 이 부회장에 대한 시비를 빨리 가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이 벌써 4년째 진행되고 있다. 오너가 법적판단을 받는 과정이 길어지다 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좋든 싫든 삼성은 오너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 오너가 재판으로 운신의 폭이 굉장히 제한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양 의원 스스로가 ‘오너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에 앞서 “이 부회장의 죄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누구를 봐주자는 말이 아니다.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봐주고 안 봐주는 건 법으로 하면 될 일”이라며 뜻을 분명히 했다.
29일에는 같은 의도의 말들을 방송에서 밝혔다. 하지만 양 의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인터뷰가 공개된 후 한 방송에서 이한승 교수는 “삼성 전직 임원 경력을 가진 분이 전직장 회장님을 옹호하는 것에 공중파를 낭비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 이해상충 관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삼성 임원들이 양향자 의원에게 로비를 했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전직장 상사인 이재용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을 위해 자본시장과 투자자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의원으로 부끄러운 처신이다. 경영을 흔든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기간에 회사가 경영이 흔들렸으면 증거를 좀 보여달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이에 양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한상 교수께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진심 어린 사과를 요청한다”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 누구도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하고 법 절차는 존중돼야한다’는 뜻이 전달되지 않고 이 부회장을 옹호한 것처럼 호도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제가 두둔한 건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고, 기술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기술자들이다. 저의 관심은 오로지 기술이고, 그 기술로 부강해야 할 대한민국뿐”이라며 “그런데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고 이야기한 이가 있다.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로비 따위의 거짓을 운운하는 건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해당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사과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나아가 “양향자 의원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로비라는 거야 삼성이 과거에 즐겨 하듯 차떼기로 돈을 정치인들에게 붓는 불법행위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정치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 저에게는 정확히 로비”라며 본인의 앞선 발언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심지어 이 교수는 “정확한 표현을 쓰는데 왜 양향자 따위가 사과를 하라 마라 하는지 참 대한민국 개판 5분 전이다. 저런 게 국회의원이라니. 왜 자기 당 의원, 정의당 의원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혼나고 화풀이를 하려고 할까? 그것도 단어 하나 꼬투리, 그것도 잘 못 잡아서”라며 양 의원의 인격을 모독하는 듯한 발언까지 남겼다. 이에 양 의원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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