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가천대길병원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국제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30일 국제 사회봉사단체인 국제라이온스협회는 2020년 인도주의상 시상자로 이 총장을 선정해 수상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마더 테레사 수녀, 카터 전 미국대통령, 국경없는의사회 등 역대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이 상의 지향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서도 “이길여 총장의 지난 행보와 그가 세우고 운영해 온 가천대길병원의 현 상황은 ‘인도주의’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는데, 곳간은 있는데 다른 곳에만 인심을 쓰고 있는 판국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이길여 총장의 인도주의상 수상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천대길병원 60년 역사에서 병원 노동자에 대한 격려와 지지, 노동권의 보장이 부족했고 ‘인도주의’ 정신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가천대길병원은 근무 중인 직원에게 이 총장의 집수리를 시키고, 생일축하 동영상 만들게 했다. 또 이 총장의 자서전을 전직원에게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게 했고, 출석체크까지 해가면서 전 직원에게 ‘가천 이길여 산부인과 박물관’ 견학을 시킨 적도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렇듯 이길여 총장이 만들고 운영해온 가천대길병원이 ‘인도주의’와는 상당한 간극이 있으며 오히려 갑질과 괴롭힘, 인권유린 같은 심각한 ‘비인도주의’적 행태가 벌어져 왔음을 시사한다”며 “가천대길병원의 노동자들은 노동권 확보와 인도주의적 병원을 만들기 위해 2018년 새로운 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을 만들고 투쟁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의 비인도적인 관행과 시대착오적 노동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준 없는 부서이동, 노조 탈퇴공작 등이 이어져 노동조합은 지난 6월23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병원 관계자 13명을 부당노동행위와 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총장의 과거 인도주의적 행보가 온전히 인정받으려면, 현재 병원 내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비인도적인 노조탄압과 괴롭힘, 그리고 각종 불법, 부당한 행위들을 바로잡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우리 노조는 이 총장의 이번 라이온스 인도주의상 수상에 이의를 제기하며, 가천대길병원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고충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내부의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인도주의적 병원으로 거듭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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