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파워 오브 원(The Power of One, 1992)’과 지도자의 조건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파워 오브 원(The Power of One, 1992)’과 지도자의 조건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07-08 10:16:11
정동운 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30년부터 1948년 독일을 중심으로 한 국민당이 집권함으로써 인종차별정책(즉, 분리주의)이 국법이 된 때까지의 과정을 한 남자(P.K.)의 눈을 통하여 그 실상을 보여준다. 광활한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소심하고 나약하기만 했던 P.K.가 고난 속에서도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용기 있는 인권운동가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기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종족의 구성을 살펴보면, 영국계 백인, 독일계를 중심으로 한 백인(아프리카너), 흑인의 세 부류이다. 문제는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백인의 흑인에 대한 탄압과 차별뿐만 아니라, 백인들 사이에서조차도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갈등구조를 보인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찬 지도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이 세 부류의 종족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힘 있는 사람(소수)이면서 힘없는 사람들(다수)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바로 P.K.이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영국을, 유모와 피트에게서 흑인을, 닥에게서 독일을 배우고 그 외, 주술사, 권투 사범, 고등학교 교장 등 여러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성장하였다. 즉, ‘닥’의 정의와, ‘피트’의 희망, ‘주술사’의 용기를 배우고, 독일계 ‘마리아’와의 사랑을 겪은 그야말로 이러한 갈등구조를 타개해 줄 지도자의 조건을 갖추었다.

이 영화의 원제(Power of One)에서 지도자와 조직구성원의 역할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즉, ‘one’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된다. 첫째, 평범한 ‘한 사람의 힘’이다. 힘(영향력)을 발휘하는 보통 사람은 더 이상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같은 사람에 의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으며, 예수나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고 있는가? 이는 지도자가 그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자격, 소질, 능력, 즉 리더십(leadership)을 의미한다. 둘째, 하나된 힘(흑인의 단결된 힘)을 나타낸다. 이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그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자격, 소질, 능력, 즉 멤버십(membership)을 의미한다. 집단 속의 나, 즉 어울림, 더불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은 많은 사람에 의해 변화가 이루어지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하나의 힘’이든 ‘하나 된 힘’이든 지도자는 큰 힘을 발휘하는 게 사실이다. 지도자의 선택 하나, 말 한마디의 중요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지도자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창안하게 된 동기에 관한 일화를 살펴보면, ‘용장(勇將)․지장(智將)․덕장(德將)․복장(福將)’으로 구분된다.(안명선, <빛나는 겨레의 얼>, 성문각, 1962 참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4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같이 평범한 한 사람에 의해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선한 의지를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가꾸어지는 세상은 그 한 사람의 힘이 비록 미약하지만, 그로 인해 세상 한 편을 아름답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비록, 몇 사람밖에 안 될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의 빛을 담아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힘이라는 건 위대할 수 있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폭포를 이루듯이 이 세상을 변혁시키는 힘은 작은 사랑이 모여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편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힘 있는 자의 반성(?)으로 그쳤다. 원작소설 속, “생존이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말과도 같이….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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