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대학가에 ‘백수신세’ 대학생들…“등록금 어떻게 버나요”

문닫은 대학가에 ‘백수신세’ 대학생들…“등록금 어떻게 버나요”

기사승인 2020-07-10 06:20:01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시내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지난 3월2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이 한산하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대학생들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학가 포함 주요 상권 몰락으로 대학생들은 일자리를 구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대학생들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수도권 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교 신입생 A씨는 지난 2월 갑작스럽게 ‘출근 정지’를 통보받았다. 일하던 카페가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 A씨는 갑작스러운 해고로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A씨는 곧장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으나 현재까지도 구하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는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군데를 지원했지만 지원자가 너무 많아 아예 연락이 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놓인 A씨는 오는 2학기 학비를 마련하지 못했다. A씨는 “돈이 없어 휴학을 하고 싶지만 휴학을 하면 학사 일정이 꼬여 사실상 휴학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포자기 상태”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교 4학년 B씨 평소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를 충당했다. 2월 B씨는 일하던 두 곳 중 한 곳에서 해고를 통보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머지 한 곳의 근무시간도 단축됐다. B씨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입학 후 줄곧 학자금 대출을 받아왔다. 코로나19 유행 후 B씨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로 매달 지불하던 학자금 대출 일반상환 이자도 지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대학 측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반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휴업중인 명동의 화장품가게 / 김희란 인턴 기자 

대학가 상권의 몰락은 대학생들의 생활고를 야기했다. 서울 신촌 내 위치한 한 대학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4명을 모두 해고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터진 후 매출이 60%가 줄어 인건비는커녕 월세도 부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촌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또다른 김모씨 역시 “야간 수당 지불이 부담스러워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모두 줄였다”고 전했다. 이어 “수입에 직격탄을 맞아 인력이 부족해도 아르바이트생을 더 뽑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외 주요 상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명동의 한 카페 직원 전모씨는 “매출이 70%가 줄었다. 기존에 있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4명을 지난 4월 전부 해고했다”고 말했다. 전씨의 카페를 포함해 명동의 많은 가게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업중이다. 전씨는 “평소 밤에도 환하던 명동거리가 오후 10시만 돼도 캄캄하다”며 암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구직난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2487명을 대상으로 실시, 지난달 8일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3.3%는 이번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거나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구직난을 예상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어서(89.3%, 복수응답)’와 ‘코로나19로 인해 알바 구직자가 늘어나 경쟁률이 높아져서(61.4%)’등을 꼽았다. 대학생 75.2%는 ‘현재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여름 방학에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41.7%)’라는 이유에서다. 향후에도 일자리의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1000억의 대학 긴급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교육통계서비스(KESS) 통계에 따른 우리나라 대학생은 모두 266만여 명이다. 위의 예산은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1인당 약 3만8000원을 지급할 수 있는 비용이다. 이에 대학생들은 “보여주기식 지원”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지난 1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주도하에 전국 40여 개 대학 학생 3000여 명은 국가와 대학을 상대로 대학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냈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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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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