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구한 과학 문명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지난 수개월 동안 장기화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늘도 우리 모두는 마스크를 착용 중이다. 실내공간이나 건물에 들어가려면 열 감지기를 통과해야 하고, 체온 측정은 필수가 됐으며 사람들 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방역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원칙을 지켜야하지만 아직도 코로나19 확산 전 대면접촉이 더 익숙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 간의 접촉을 통한 감염 방지를 위해 강연, 박람회, 수업, 음식 주문 등 많은 사회, 문화활동과 일상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언택트(비대면)가 빠르게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기 화성 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채용시장을 돕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일자리박람회를 지난 6월 23일 개최했다. 당시 박람회에서는 향후 화상면접이나 영상면접 등의 '비대면 면접'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인 '키오스크'를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상설면접장을 운영했다. '비대면 면접'이란 키오스크를 통해 질의응답으로 구직자가 면접 전형을 마치면, 구인 기업은 녹화된 영상을 통해 2차 면접을 거쳐 채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비대면 사회로 변화되면서 대표적으로 환경이 바뀐 곳이 교육분야이다.
비대면 원격수업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초·중·고는 물론 전문 특성화 학교와 대학교 등 모든 교육의 틀이 비대면 수업 시스템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기존 등교수업 중심의 교육에서 원격수업이 더해지면서 교육 방법의 다양화라는 측면으로 접근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지역의 대표 축제나 각종 먹거리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틀을 바꿔 진행되고 있다. 당장에 판로가 어려운 농민들을 위해 농가를 돕고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게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한 마켓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농산물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대면 접촉을 최소화한 것이다.
키오스크 등을 활용한 원격 주문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비대면 주문 방식을 선호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 방문한 시민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낯선 사람과 가까이에서 마주치는 게 꺼려진다. 오히려 키오스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문·결제를 하니 사람들과 접촉을 피할 수 있어 좋고, 다른 손님들과 부대끼지 않아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머지않아 우리 생활방식에 변화를 줬을 '비대면 사회'가 이르게 찾아왔다. 이미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우리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음의 거리두기까지 이어질까 염려스럽다. 나홀로 생활이 편리함과 안전함도 제공해 줄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사람 간의 단절과 소통, 무엇보다 사람의 일자리를 문명의 이기들이 빠르게 자리를 차지 할 것이다. 힘들고 험하고 반복적인 단순 노동 뿐 아니라 전문적 두뇌를 필요로 하는 분야까지 로봇의 점령 속도가 빨리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감소되는 일자리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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