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기획] 공수처 전념하는 민주당… 사법개혁은 뒷전?

[팀기획] 공수처 전념하는 민주당… 사법개혁은 뒷전?

이수진·이탄희 의원 법사위 제외에 빈약한 개혁의지 두고 “역시 공수처는 권력수호용” 비난도

기사승인 2020-07-28 05:00:21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사법정의 구현이 말뿐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당 내에서조차 당의 사법개혁 의지가 빈약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사법정의를 주창하며 정작 법원개혁 등 사법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기한이었던 지난 15일을 전후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공수처는 비대화·정치화된 검찰 권력의 정상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에 도전장을 던진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가장 빠른 공수처 출범 방법은?’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후보추천을 하지 않고 있는 통합당의 불법적 어깃장을 뿌리치고 검찰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추천권 자동박탈 조항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해야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상정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이 오고갔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인사권과 수사지휘권마저도 뺏어가려고 하는데 김남국 의원 외 31인이 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형적인 과잉입법”이라며 “필요가 없는 법안을 검찰총장을 옥죄기 위해 만들어 놓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검찰총장에게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뺏어가면 검찰총장이 명예직인가. 법무부나 검찰개혁위원회나, 이런 것들을 보면 일률적으로 이런 식으로 검찰총장의 힘을 빼서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검찰총장은 대한민국의 정의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검찰총장의 힘을 빼서 대한민국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개정에 반대했다.

27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검찰개혁 관련 법안처리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에서 인권을 지키고 적법절차를 지키는 것이 어떻게 검찰을 옥죄는 법안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고, 같은 당 신동근 의원도 “국민들이 검찰의 개혁을 원하는 이유는 과도한 권력, 그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행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신 의원의 질문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 권한은 정말 막강하다. 수사, 기소, 공소유지 이런 막강한 권한에 영장청구권까지 가지고 있어서 견제 받을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의 검찰개혁 요구에 힘을 보태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반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로 촉발된 ▲법관 탄핵소추 ▲법원조직법 개정 ▲피해회복 특별법 제정 등 검찰개혁과 함께 요구된 사법개혁 혹은 법원개혁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당 밖으로 흘러나온 사법개혁 관련 논의는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주민 의원이 지난 16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법원에 의한 사법농단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 거의 전부다.

오히려 민주당은 4·15총선에 앞서 사법개혁을 일궈낼 인재라며 영입당시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과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정)의 전반기 상임위원회를 각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교육위원회로 배정했다. 판사출신인 두 의원의 전문성이나 당초 당의 약속과는 동떨어진 결정을 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사법농단 법관탄핵및 피해자 구제 등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수진 의원은 “희망상임위원회 1순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제출했지만 잘 모르는 산자위에 배정됐다. 이에 강하게 이의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당의 상임위 배정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사법개혁에 대한 계획이나 큰 그림이라도 알고 싶다”고 당의 엉뚱한 상임위 배정과 빈약한 사법개혁 의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럼에도 민주당의 국회의원 상임위 배정기준이나 사법개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들을 수는 없었다. 당내 대변인들조차 사법개혁에 대한 최근 동향과 당내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내에서 사법개혁이 거론된 바가 최근엔 없다”고 답할 뿐이었다. 원 구성에 끝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의 경우에도 관련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당 대변인 중 한명만이 원 배정과 관련해 “초선 의원은 전문성을 고려해 희망상임위를 우선 배정했고 재선 이상 의원들은 전문성과 정치공학적 측면을 함께 고려했다”면서도 이탄희·이수진 의원 등 전문성이나 희망과는 동떨어진 상임위를 배정받은 의원들의 배정기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사법개혁에 미온적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의 모습에 한 야권 관계자는 “20대 국회의 오점 중 하나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악까지 감수하며 공수처를 출범시키려 애쓴 이유가 결국 권력의 독점과 유지라는 반증”이라며 “그들(민주당)은 애초부터 공정과 정의가 아닌 권력수호를 위한 명분으로 사법개혁을 주장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 법조계 인사 또한 “우리 사회에서 사법권의 권위와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법원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은 자정 외에는 사실상 없다. 그만큼 법원개혁·사법개혁의 중요성도 절실해지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검찰개혁과 함께 법원개혁에도 앞장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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