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복합다중만성질환자가 늘고 있어 지역사회 내 포괄적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환자중심 의료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진료 지속성을 위해 전문의원과 기능적 일차의료기관 진료 협력 체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다빈도 필수 10개 진료영역을 모두 청구하는 의료기관을 ‘기능적 일차의료’로 정의한다. 특정 영역의 진료가 60% 이상을 차지할 때는 ‘전문의원’, 기능적 일차의료기관과 전문의의원 사이에 있을 때는 ‘경계성 의원’이라고 한다.
기능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 분포현황을 보면,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은 30.6%정도이고 대도시보다 그 외 지역의 비율이 높다. 상대적으로 전문의원은 54.0%를 차지한다. 전문과목별로 보면, 가정의학과, 내과, 일반의는 기능적 일차의료기관비율이 높고, 안과, 피부과, 정신과, 정형외과는 90%이상이 전문의원으로 분류된다.
박 교수가 2011년 신규 진단된 당뇨환자 20만5867명을 대상으로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 여부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6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단골의사가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인 경우 환자의 의료이용의 지속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체 의료기관 방문 비용 및 당뇨 관련 본인부담금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흔히 방문하는 의료기관이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인 경우에도, 전문의원, 경계성 의원, 2‧3차 의료기관인 경우보다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도는 비슷하거나 낮은 경향을 보였다.
또 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지속성을 2년간 관찰한 결과, 가장 흔히 방문하는 의료기관이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인 경우가 전문의원 및 경계성 의원인 경우보다 높은 의료이용 지속성을 가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별로 보면 당뇨병은 전문의원은 53%, 경계성 의원은 23% 낮았고, 고혈압은 각각 47%, 24%, 고지혈증은 각각 56%, 26% 더 낮았다. 병원 및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해도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인 경우가 지속성이 높았다.
진료 지속성이 높을수록 심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발생 위험도 줄었고, 고지혈증 약제 순응도가 높을 확률도 증가했다. 박 교수는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를 가진 만성질환자는 심뇌혈관 발생 위험도의 증가 없이 높은 의료이용의 지속성을 가지면서 의료기관 방문 비용을 줄였다”며 “급속한 고령화 및 만성질환의 증가로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는데, 고이용, 고지출 환자군 중 일차의료영역에서 당당할 수 있는 영역을 규정하고 각 집단별로 대응하는 일차의료 협력모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학제적 진료서비스 요구가 높은 노쇠노령층과 복합다중만성질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의원-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의 진료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문의원 또는 경계성 의원에서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으로 진료량을 전환하면 환자 1인당 평균 진료시간도 현재 약 6.55분에서 9.15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지역사회에서 고립되기 쉬운 의료-사회적 취약대상자에게 몸, 마음, 사회건강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적 일차의료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며 “지역 중심의 전문의원과 기능적 일차의료기관간 진료협력체계를 지원하는 새로운 의료전달체계 패러다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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