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산업은행은 3일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측 아시아나항공 12주 재실사 요구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비쳤다. 또 현산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인수 무산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12주간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은 없으면서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호산업에 따르면 현산이 인수·합병 과정 동안 7주간 충분한 실사와 6개월 인수 활동에도 통상적인 M&A 절차를 넘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수많은 M&A를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경우는 처음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산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행장은 “(다만)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영업 환경 분석 및 재무구조 분석을 위한 제한적인 범위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부행장은 이 자리에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된 만큼 이달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권을 갖는다는 입장도 앞세웠다.
최 부행장은 “오는 11일까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12일에 계약 해지 통지가 가능하다”며 “실제 통지 실행 여부는 현산 최종 의사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언급했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는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도모 및 유동성 지원, 영구채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인수무산 후 새 매수 주체에 관해서는 “대형 사모투자펀드는 투자 적격성 여부에 대한 정부 측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른 대기업 그룹도 저희가 다 열어놓고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 부행장은 또 "계약금 반환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단 입장에선 재매각이나 정상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급적 계약 해제에 따른 방안을 모색하고 계약금 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아시아나 미래를 위해서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매각 무산 후 아시아나항공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는 “산업은행법 시행령 등에서 정한 기금 지원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지원 여부와 규모 방식은 기금운용심의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다”며 “산은에서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서 조정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놨고 기본적인 만남에서 협상에 응해달라는 기본 수준에서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이동걸 산은 회장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의 성실 원칙에 입각해 최선을 다했다”며 “인수 무산시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거들었다.
이 회장은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상황에서 상황 변화가 있다면 있는 것만 점검만 하면 되는데 자꾸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최대한 협조해 주는 것이 맞다는 취지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 시점이 오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거래 종결 시점에 맞춰 결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약금 반환 소송에 관해 이 회장은 “소송은 없을 것”이라며 현산 측도 관련해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song@kukinews.com